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입니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6:34

수정 2019.06.24 16:34

[기자수첩]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입니까
장면 하나. "사회생활 시작하는 사원을 처음 데리고 가는 곳은 분양현장 모델하우스다. 사실 거길 다녀오면 엄청난 막막함 속에서 순식간에 '어른'이 되더라…." 족집게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한 금융투자사 직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 전직 부동산 기자가 댓글을 달았다. "번호표를 받고 밤샘하면서 자리를 지키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침에 자리표 돈 주고 산 선수들로 교체되는 장면들. 구청직원, 경찰, 분양대행관리업체와 줄 선 사람들의 욕설과 고성의 현장을 잊지 못한다."

작년 5월 하남 미사의 모델하우스를 처음 가본 기자도 '충격'을 받았다. 현장의 열기와 분위기는 마카오 카지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청약 당첨만 되면 최소 2억~3억원의 웃돈이 붙는다는 그 아파트는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낮은 확률, 당첨 시 엄청난 보상이라는 점이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비슷했다. 현장 취재를 온 몇몇 기자들도 해당 단지에 청약을 넣었다는 소리가 들렸다. 신입사원은 '어른'이 되고 6년차 기자가 '충격'을 받기도 하는 곳이 모델하우스였다. 부동산 공화국의 민낯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투자 혹은 투기를 목적으로 현장을 찾은 사람도 있었지만, 10년 넘게 전세를 살다 아이와 함께 살 첫 집을 구경하기 위해 온 부부도 있을 터였다.

장면 둘. 유명 시사 채널에 패널로 나온 한 기자가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실효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규제가 무섭다. 규제가 시장을 못이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규제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격이 잡힐 때까지 규제를 내놓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기자의 발언에 대해 현직 교수가 페이스북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가격 동결로 삼으면, 당연히 가격이 단 1원도 오르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시장에 대한 정부 혹은 규제의 승리라고 이해하고 계시다니, 정말 할 말을 잃게 된다"고 썼다. 온도차가 컸다.

'집'에 대한 단상을 남긴다.
모델하우스에서 투기꾼의 집과 부부의 집과 기자의 집은 같지 않았다. 그곳에서 집의 개별성과 집의 보편성은 같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집이 그러할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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