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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암호화폐 국제기준 확정, 불확실성 걷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5 17:14

수정 2019.06.25 18:52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가상자산’ 인정은 큰 소득
암호화폐 관련 국제기준이 나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주 미국 올랜도 총회에서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FATF는 가상자산 취급업소, 곧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사에 준하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는 송금·수취인 정보를 파악해서 당국이 요구하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FATF는 새 기준을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보고한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FATF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30년 전 출범한 국제기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등 38개국이 회원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가입했고 2016년엔 의장국 자격으로 부산에서 총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엔 FATF 산하 교육연구기관(TREIN)도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먼저 FATF의 움직임을 살펴보자는 뜻도 있었다. 이제 결과물이 나왔으니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질 듯하다.

FATF 기준은 국제기구가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실제 자금세탁 또는 테러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금융사 수준의 의무를 부과한 것도 뒤집어 말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준금융사로 본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꼭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암호화폐와 제도권 규제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에 기반을 둔다. 또 암호화폐는 거래 당사자 간 익명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FATF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어기면 각국 금융당국이 허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이러니 벌써 은행과 거래를 틀 수 있는 큰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FATF 가이드라인을 수용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FATF는 회원국들에 새 기준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FATF 가이드라인이 국내 암호화폐 규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는 관망하는 자세를 버리고 국제 룰 안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간 시장도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새 기준 아래서 활로를 찾기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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