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지정 취소 상산고만 사회통합전형 정량평가…역차별 논란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5 18:39

수정 2019.06.25 18:39

원조 자사고 3곳 재지정 확정..민족사관고도 다음달 통과 유력
다른지역 교육청 정성평가로 전환..전북도만 무리수 뒀다는 지적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지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조 자사고로 불리는 5개 학교(상산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민족사관고)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 학교 중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최근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고, 민족사관고 역시 다음달 평가에서 통과가 유력하다. 이에따라 재지정이 취소된 상산고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희비 엇갈리는 원조 자사고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울산 현대청운고, 경북 포항제철고, 전남 광양제철고는 최근 진행된 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커트라인 70점을 넘겨 지정 기간이 연장됐다.
이 3개교는 모두 80점대 점수를 받았다. 포항제철고는 83.6점, 현대청운고와 광양제철고도 80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학교는 공통적으로 학생·학부모·교원의 만족도가 높았던 점이 재지정 평가에 반영됐다. 특히 원조 자사고들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에 대한 법적 선발 의무가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 제5조에 따르면,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원조 자사고들에게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전주 상산고 사례와 같이 갑자기 10% 선발 기준을 적용하고 낮은 점수를 부여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울산, 경북, 전남교육청은 이같은 학교 측의 문제 제기에 공감해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4점 만점)를 정성평가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이 지표에서 현대청운고는 3.2점, 포항제철고는 2점대 점수를 받았다. 다음달 재지정 평가가 예정된 강원 민족사관고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교육청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정성평가로 수정했다. 강원도교육청은 7월 초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사고 점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에서 정량평가가 적용돼 1.6점을 받았다. 전북도교육청만 다른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교육청이 자사고 폐지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의무가 없는 상산고에 10% 선발 기준을 적용하고, 선발노력 항목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부여한 것은 정당성이 없고, 법령과도 배치된다"며 "재지정 커트라인을 5년 전보다 10점 올린 여타 시도와 달리 20점이나 올려 80점으로 설정한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교육부-전북교육청, 미묘한 온도차

상산고 재지정 취소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와 전북도교육청은 미묘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승환 전북도육감의 목소리는 강경 일변도다. 김 교육감은 지난 2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상산고의 지정 취소 방침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을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부동의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설정한 데 대해서는 "(자사고 폐지가)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70점(교육부 권고안)이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반면 교육부는 전북교육청과는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는 역시 같은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국정과제의 방향은 일관되게 추진하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무턱대고 자사고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는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설립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너무 많이 세우면서 고교서열화를 부추긴 것"이라며 "원래 설립 취지대로 운영된 자사고는 평가를 통과할 것이고, 평가를 통과하는 자사고는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