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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무역전쟁 후 판도 뒤집혔다"… 금리인하 기정사실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6 17:20

수정 2019.06.26 17:20

글로벌 위험 양상 6~8주 새 급변.. 인플레이션 둔화 움직임도 한몫
0.5%P 인하 가능성은 사전 차단.. 트럼프 연준 압박엔 단호히 대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5일(현지시간) 뉴욕 미국외교협회 행사에서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5일(현지시간) 뉴욕 미국외교협회 행사에서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7월 금리인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력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면서도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5일(현지시간) 뉴욕외교관계협회(CRFNY)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금리인하 필요성 역시 시인했다.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특히 지난달 중국 제품에 대한 갑작스런 관세인상 발표가 경제상황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다른 나라 제품들에 대한 관세는 "규모, 또 관세 그 자체로 경제에 주요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약화하고, 자신감이 저하되면서 경기둔화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무역전쟁·세계 경기둔화 영향

파월은 연준이 "자신감 상실 또는 금융시장 반응" 조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내용을 재확인했다. 파월은 5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린다고 발표하기 전만 해도 연준은 미 성장전망과 기존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확실을 갖고 있었지만 그 뒤 순식간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그는 "꽤 많은 것들이 변했다"면서 "글로벌 위험 양상이 실제로 지난 6~8주 동안 변했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변화의 배경이 "무역(전쟁) 상황전개와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라고 덧붙였다.

파월은 연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상황 판단 역시 바뀌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만 해도 물가상승 압력 확산에 대한 선제적인 조처로 4차례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올들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금리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바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12월 연준 목표치 2%에서 움직였던 인플레이션은 4월 근원물가지수가 1.6%로 떨어지는 등 둔화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최근까지도 이같은 물가상승률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파월은 이날 상승 둔화세가 예상과 달리 지속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낮은 인플레이션은 "희망과 달리 좀 더 지속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1온스짜리 예방이 1파운드짜리 치료보다 더 값지다"고 말해 경기둔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보험' 성격의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 0.5%P인하 가능성은 날아가

그러나 이날 연준은 0.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은 차단했다. 과도한 대응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지난주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조차 대규모 금리인하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러드 총재는 블룸버그TV에 다음달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인하는 "지나친 것이 될 것"이라면서 대신 0.25%포인트 인하는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빠르게 적응했다. 미국채 선물시장에서는 다음달 30~3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이날 40%에서 27%로 낮춰잡았다.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했고, 달러는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관한 설전도 이어갔다.
전날 트럼프가 또 다시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고집스럽게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파월은 이날 연준의 독립성은 의회가 보장한, 수십년을 이어온 유산이자 미 경제에 중요하다면서 독립성 사수를 외쳤다. 파월은 연준의 독립성이 미국을, 또 미 경제를 잘 보좌해왔다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결여됐을 때에는 미국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가 빚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연준이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단기 성장 부양에 나섰다가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을 경험했던 사례를 지목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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