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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암호화폐 쏙 뺀 금융혁신, 진짜 혁신 맞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7 17:28

수정 2019.06.27 17:28

정부 ICO 허용은 외면
여전히 갈라파고스 신세
금융위원회가 27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결과물을 내놨다. 6개월 전 민간에서 건의한 188건 가운데 150건을 수용했다. 수용률이 80%에 이른다. 규제를 풀려고 애쓴 금융당국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큰 아쉬움이 남는다. 가상통화, 곧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로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 암호화폐공개(ICO)를 허용해 달라는 건의는 묵살됐다. 금융위는 "금융분야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만 보면 당국은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중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해 9월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암호화폐 대응책을 마련했다. ICO를 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내용도 거기에 담겼다. 이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 암호화폐는 억제한다는 분리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 페이스북이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은 '리브라'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내년 상반기에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리브라 프로젝트엔 비자카드·마스터카드·페이팔(금융), 보다폰(통신), 우버(차량공유), 이베이(온라인쇼핑) 등이 협력사로 참여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전 세계 24억명이 잠재고객이다. 그 파괴력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페이스뱅크' 덕에 비트코인이 1만3000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리브라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네이버 또는 카카오 같은 회사가 ICO를 통해 자체 암호화폐를 통용시키겠다고 발표한 격이다. 여기에 국내 카드사와 이동통신사는 물론 타다 같은 차량공유회사, 옥션 같은 온라인쇼핑몰이 가세한 모양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하다. 한국에선 ICO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에 관한 한 한국은 갈라파고스 신세다.
세상은 눈이 휙휙 돌아가는 속도로 바뀌는데 우리만 규제의 끈을 꼭 틀어쥐고 있다. 규제방식을 네거티브, 곧 일단 풀어주고 부작용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호소도 암호화폐 앞에선 소용없다.
금융위는 "핀테크가 금융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정책을 보면 정부는 말 따로, 행동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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