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말라리아 모기만 죽이는 신경독소 발견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9 07:16

수정 2019.06.29 07:16

모기. 게티이미지 제공
모기. 게티이미지 제공


국내 경기도 북부 일대에서 지난 14일 말라리아 모기가 발견되면서 말라리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학자들이 마침내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말라리아 모기를 제외하고는 어떤 생명체에게도 해롭지 않은 신경독소인 말라리아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다.

연간 약 45만의 사망자를 낳는 말라리아에 취약한 지역에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살고 있다. 말라리아로 사망한 대부분은 어린이와 임산부들이다. 말라리아 모기가 화학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인류가 질병과 싸우는데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화학물질의 독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과학자들은 약 30년 전에 말라리아 모기를 죽이는 변종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이 박테리아가 말라리아 모기를 공격하는 방법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화학 살충제의 대안으로 복제되거나 사용될 수 없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의 분자, 세포, 시스템 생물학의 저명한 교수인 사르지트 길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생산한 신경독소를 확인하고, 그것이 어떻게 말라리아 모기를 죽이는지 밝혀냈다. 이 연구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 자세히 나와 있다.

길 교수와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10년이 걸렸으며, 길 교수는 그 성공을 현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법에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방사선에 노출시켜 독소를 생산할 수 없는 돌연변이 박테리아 균주를 만들었다. 무독성 박테리아 균주와 말라리아 모기를 죽이는 균주와 비교함으로써, 연구팀은 독소 생산의 열쇠인 단백질을 박테리아에서 발견했다.

길 교수는 "박테리아가 말라리아 모기를 목표로 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PMP1이라고 불리는 신경독뿐만 아니라 모기의 내장에 흡수되면서 PMP1을 보호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단백질을 발견하게 돼 흥분했다."
많은 신경 독소는 일반적으로 척추 동물을 대상으로 하며, PMP1은 인간에게 매우 독성이 강한 보툴리눔이나 파상풍과 30%의 화학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길 교수는 신경 독소가 인간, 척추 동물, 물고기 또는 심지어 다른 곤충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PMP1을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말라리아 모기와 함께 공동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길 교수는 "PMP1이 주사로도 쥐에게 독성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웠다"고 말했다.

길 교수 연구팀은 박사후 학자인 에스테파니아 콘트레라스, 지안우 첸, 하팔 딜론, 나디아 쿠레시, 대학원생인 UC 리버사이드의 스와티 차와르, 스톡홀름 대학의 제프리 마수이어와 팔 스텐마크, 말레이시아 의학연구소의 한림 리 등이다. 이 연구진은 미국 국립 보건소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 발견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고, 이제 박테리아에 기반을 둔 말라리아 모기 살충제를 개발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발견은 또한 추가적 환경 친화적인 살충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식의 길을 열어준다.

길 교수는 "PMP1이 말라리아 모기를 죽이기 위해 진화했다면 다른 질병을 퍼뜨리는 해충을 죽일 수 있는 다른 독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매년 수십만명이 병에 걸리고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시작일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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