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넥슨 매각 ‘없던 일’이라고 말을 해주세요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1 17:27

수정 2019.07.01 17:27

[기자수첩]넥슨 매각 ‘없던 일’이라고 말을 해주세요
새해 벽두부터 난리가 났다. 기자가 처음 넥슨 매각 소식을 접한 건 회사 시무식에서였다. 우리 회사는 시무식 때마다 전 직원이 다 함께 여유로운 조찬을 가지는데 기자는 이 소식 덕분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입에 구겨넣고 넥슨 매각기사 한 면을 막아내야 했다. 그날 이후 지난 6개월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넥슨·넷마블·카카오 관계자들과 "확인 후 기사작성 처리하라"는 우리 윗선의 지시 가운데에 끼인,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였다. 여기저기서 단독이라며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속에서 받아서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넥슨 내부 직원들은 기자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을 터다.
지난 20년간 성장가도를 달려온 탄탄한 회사를 다니던 직원들은 자신들의 앞길을 전혀 모른 채 외부에서 나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모펀드에 팔리기라도 하면 매각 이후 구조조정이 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었다. 계열사 포함, 넥슨 직원 6000여명과 딸린 식구까지 수만명이 당장 밥줄이 끊길까 두려워했다. 실제 넥슨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로 가입이 러시를 이루기도 했다. 넥슨과 계약 관계에 있던 각종 소기업들은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넥슨 계열사들 주가는 매각설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출렁였다.

게임업계도 동요했다.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이 해외자본에 매각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현재 시나리오만 무성하다.
매각을 재추진할지, 아니면 그동안 붕 떠 있던 회사를 온전히 바로잡기 위해 집중할지 거취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 유야무야되는 것이 올 초 매각을 공식화하며 김 대표가 이야기한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전부 없던 일로 하자"는 말 한마디라도 들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얼마 전 넥슨 홍보팀 관계자를 만나 "이제 휴가 다녀오셔도 되겠다"며 웃지 못할 덕담을 건넸는데 그는 정말 맘 편히 휴가를 갈 수 있을까.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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