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일본에 대응하는 자세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4 17:45

수정 2019.07.04 17:45

[기자수첩] 일본에 대응하는 자세
어린 시절 '한·일전'이 열리는 날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곤 했었다. 야구, 축구 종목 보다는 한·일전에 의미를 뒀던 기억이 난다. 역사적인 배경 때문일까. 일본은 한국에 줄곧 '라이벌' 같은 존재였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수출 규제를 결정하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우리 정부와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라이벌의 도발에 대응태세 갖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입장을 내놨고, SNS를 중심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분위기도 확산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도쿄를 찾게된 기자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온라인상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일(反日) 감정을 드러낸 댓글을 보며, 일본 여론도 반대 입장에서 비슷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도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사흘간 일본에서 마주한 어느 사람에게도 반한(反韓)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쿄 시부야 중심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건물에는 BTS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다. 특히 현지 기업인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결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내년 올림픽 개최와 아베노믹스 경제 부양 효과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한국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현지 한 기업인의 "인재 영입에서 국적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발언에선 경제 호황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자신감도 느껴졌다.

반면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 경제보복 조치 등으로 위기론이 지속되고 있다.
내부에선 정치적 논쟁으로 경제정책은 손발이 묶인 상태다.

역사에서의 일본의 과를 덮어놓고 가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대응보다는 실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일본의 '취사선택' 전략이 지금 일본의 경제 호황기를 이끈 게 아닐까.

longss@fnnews.com 성초롱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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