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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공시지가 급등의 후폭풍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9 17:14

수정 2019.07.09 17:14

[여의나루] 공시지가 급등의 후폭풍
성경에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게 맞는지 예수님에게 묻는 장면이 있다. 예수님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고 말씀하신다.

국가권력의 핵심 내용인 세금징수 권한을 영적 존재인 예수님도 인정한다는 뜻이다.

7세기 중반 아라비아반도에서 탄생한 신흥종교 이슬람교 세력이 마호메트 사후 30년도 안 되어 아라비아반도를 통일하고, 100년도 안 되어 페르시아, 북부 아프리카, 스페인 등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영토를 확장한 이유 중 하나도 세금정책이다. 이슬람 세력은 점령지역 주민들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면 낮은 세금을 부과함에 따라 당시 기독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세금인센티브' 때문에 이슬람교로 개종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생명과 재산'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래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국가운영에 필요한 세금제도는 예수님이 활동하던 과거 2000년 이전보다 현재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의 국민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현재 많은 국가가 낮은 법인세율 등 '세금인센티브'로 해외기업 유치, 투자활성화, 경제성장 확대,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것과 유사한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제도가 재산세 제도다. 재산세는 소득 유무, 남녀노소, 가족 인원수, 직업 유무 등 개개인의 인적 사정을 무시하고 보유한 재산(주택·토지 등)에 과세하는 세금제도이다. 금년에 정부는 서울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을 평균 14% 인상, 토지 공시지가를 12% 인상했다. 7월, 9월, 12월에 세금고지서를 받고 고민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정책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아마도 서울의 많은 중산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20~30% 이상의 상승률을 가질 것이고, 재산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재산세 체계상 세금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30~50% 이상 증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정부는 세금 낼 형편이 안 되는 퇴직자, 고령자 등의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집을 팔고 집값이 싼 지역으로 이전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높은 세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이사 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유무형의 압박을 통해 집값 안정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시장은 일차 방정식처럼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까 염려된다. 부정적 경제효과의 몇 개 사례를 예시해본다.

800여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의 대부분이 현재 퇴직해 전 재산의 70~80%를 차지하는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갑자기 재산세가 수십만~수백만원 급증한다면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다.

명동의 일부 상가 토지는 공시지가를 100% 수준 인상했다. 건물주는 시차를 두고 세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세입자는 물건 값을 인상하고, 관광객은 상품 구매를 줄일 것이다. 수도권 주변의 골프장 공시지가를 대폭 인상했다. 골프장 경영자는 그린피 인상이 불가피하고, 골프장 이용자는 가격이 낮고 접근성이 편리한 일본·동남아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것이다.
과도한 세금인상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왜곡을 초래하게 만든다.

소득발생과 직접 관련이 적은 주택 등의 세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형평성 확대 등의 편익보다 중산층 소비 축소, 부동산거래 축소, 서민층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더 크다.
심리적으로 미래를 불확실하게 생각하면 지갑을 닫게 만드는데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前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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