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돈줄 막히고 거대 시장 닫혔다"… 美 바이오벤처 말라죽을 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9 18:01

수정 2019.07.09 18:01

무역전쟁 여파로 신약개발 ‘위축’
중국 자본 줄고 내다 팔 시장 잃어
‘큰손 투자’ 전년대비 40%도 안돼
"돈줄 막히고 거대 시장 닫혔다"… 美 바이오벤처 말라죽을 판
미국 바이오 벤처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는 돈이 마르고 있고, 신약 등을 개발하면 내다 팔아야 하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도 잃고 있다.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신약개발이 위축되고, 개발된 신약을 중국에서 파는 길도 어려워져 미 바이오 벤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정보 제공업체 피치북의 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벤처캐피털을 통해 미 바이오 벤처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7억2500만달러로 전년동기 16억5000만달러의 40%에도 못미쳤다.

중국이 미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기술들을 훔쳐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중국의 투자를 심사하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바이오텍을 비롯해 특정 기술 부문 사업체의 지분 5%를 초과하는 외국인 투자는 반드시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투자가 가능해진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 바이오텍 기업가인 윌리엄 해설틴은 CFIUS 심사 뒤 중국 투자자가 약속했던 종잣돈 3000만달러 투자를 철회하면서 '컨스트럭티브 바이올러지'라는 업체 설립을 포기해야 했다면서 미 바이오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설틴은 "CFIUS 심사가 강화되고, 트럼프가 CFIUS에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자마자 돈이 증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자본은 신상품 아이디어를 제대로 기능하는 시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특히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해설틴에 따르면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데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중국의 자본이었으며 중국 자본은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가로지르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놓여진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해설틴은 중국 투자자들은 통 크게 돈을 쾌척했다면서 그냥 날려버릴 가능성도 매우 높은 아주 초기 단계에서 500만달러, 1000만달러, 2000만달러를 서슴없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투자자들이 지적재산권을 훔쳐갈 수도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바이오텍 업체들의 발명은 특허권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 바이오 투자는 지난해 정점을 찍으면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감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 그룹에 따르면 2018년만해도 중국 벤처캐피털이 미 의료·제약·바이오텍에 투자한 규모는 15억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사상최대 수준으로 불어난다. 피치북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의 생명공학 투자 규모는 중국 자금유입이 사상최대를 기록한 덕에 지난해 10년만에 최대 수준인 200억달러에 이르렀다.

중국 자본유입 통제는 미 바이오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차단되는 부작용까지 몰고 온다.
미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매니저들을 통해 신약 등이 개발되면 이들의 인맥을 동원해 신제품을 중국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됐기 때문이다. 미 바이오텍 기업 모임인 바이오테크놀러지 혁신기구(BIO)의 제러미 레빈 회장은 투자위축은 전세계 혁신적 신약의 80%를 담당하는 미 바이오텍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 접근 능력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계구축은 하룻밤 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