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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연구진, 나노포어 양산화 길 열어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0 18:10

수정 2019.07.10 18:10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
나노포어로 이뤄진 멤브레인 손쉽게 만들어내
[연구그림]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의 대량 생산 과정 /사진=UNIST 제공
[연구그림]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의 대량 생산 과정 /사진=UNIST 제공

【울산=최수상 기자】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수준인 미세한 구멍(나노 포어)으로 DNA 같은 생체 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할 전망이다. 탄소 원자가 원기둥 모양을 이루는 물질인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정교한 나노포어를 손쉽게 만드는 기법 덕분이다.

UNIST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창영 교수팀이 ‘탄소나노튜브의 내부 채널을 이용한 나노포어(nanopore) 분석법’으로 이온 하나를 탐지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 지름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분자와 나노입자를 탐지할 수 있어 앞으로도 응용 분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노포어는 수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뜻한다. 이 구멍이 가득한 얇은 막(멤브레인)을 만들고, 여기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분자가 통과하면서 구멍 크기가 줄어드는 ‘막힘 현상’이 나타나 전기신호가 달라지는데, 이를 분석하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기존에도 이런 나노포어 기반 탐지 기술은 있었지만 나노포어로 이뤄진 박막, 즉 멤브레인(membrane)을 양산하기 어려워 널리 쓰이지 못했다. 멤브레인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생산성이 낮았고, 각 멤브레인에 똑같은 나노포어를 구현하는 재현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창영 교수팀. 왼쪽부터 민혜기 연구원, 이창영 교수, 김윤태 연구원, 문승민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창영 교수팀. 왼쪽부터 민혜기 연구원, 이창영 교수, 김윤태 연구원, 문승민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이창영 교수팀은 이번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 생산성과 재현성이 높은 멤브레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선 원하는 크기의 구멍을 가진 탄소나노튜브를 센티미터(㎝) 수준으로 길게 만든다. 그런 다음 여러 개의 탄소나노튜브를 열경화성 플라스틱인 ‘에폭시(epoxy)’ 위에 가로 방향으로 가지런히 올려서 굳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폭시 덩어리를 세로로 얇게 잘라내면 동일한 나노포어를 가지는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을 수백 개씩 만들 수 있다.

이창영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제작한 나노포어 멤브레인은 물질에 따라 전기신호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 기술을 잘 응용하면 차세대 인간 유전체 해독기 개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에 지난 4일자로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의 기초과학연구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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