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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노선 확정한 파월, 스스로 함정 빠졌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2 14:22

수정 2019.07.12 14:22

금리인하 어디까지 밀어붙일까 관심
Federal Reserve Chair Jerome Powell takes his seat before presenting the monetary policy report to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July 11, 2019,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AP Photo/Jacquelyn Martin)
Federal Reserve Chair Jerome Powell takes his seat before presenting the monetary policy report to the Senate Banking Committee, July 11, 2019,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AP Photo/Jacquelyn Martin)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금리인하를 어디까지 끌고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틀에 걸친 의회 증언에서 파월 의장이 연준의 정책방향이 통화완화로 굳어졌음을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이달말 금리를 내린 뒤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아직은 나쁘지 않은데도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이어서 완화정책을 어디까지 밀고갈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위험만 고조되고, 지표는 나쁘지 않다면 자칫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력에 연준이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럴 경우 파월이 강조해 온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훼손될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인하를 멈추면 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때문에 파월 의장이 이번 증언을 통해 통화정책에 관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지만 비둘기 노선을 확정하면서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이틀간에 걸친 의회 증언에서 온건노선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시장은 이제 금리인하 폭과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결정하고 거기서 멈출지, 아니면 경제·시장상황에 이끌려 더 공격적인 통화완화에 나서게 될지가 시장의 주된 관심이 됐다.

파월 의장은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11일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당장 경제상황은 좋다면서도 지속적인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세계경제둔화에 따른 미 경제둔화 가능성을 강조하고, 긍정적인 지표인 6월 고용동향과 미중 무역협상 재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리며 연준이 통화완화로 기울었음을 확인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이달말 0.2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을 78%로 보고 있다. 또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6월 고용동향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50%를 웃돌았던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지금은 23%로 낮아졌다. 이번에 0.25%포인트 금리를 내리고, 연말까지 한 번 더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시장은 보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날 6월 근원물가지수가 0.3%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앞서 발표된 6월 고용동향은 탄탄한 노동시장 흐름을 확인해주는 등 경제지표가 아직은 나쁘지 않다는게 연준의 행보를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완화에 지나치게 기대도록 만든 탓에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인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이선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증언은 연준이 통화완화와 거리를 두거나 금리인하를 늦출 수도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기회'였지만 파월은 반대로 행동했다면서 "이제 연준은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시장을 실망시키게 되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가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은면서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하 압력만 더 높이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워드 매카시는 금리인하가 "일시적으로 시장의 욕구를 충족하고 백악관 트위터 계정을 잠잠하게 하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이룰지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금리인하 맛을 본 시장과 백악관 모두 더 많은 것들(추가 금리인하)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표가 아닌 있을지도 모를 경기둔화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금리인하는 시장을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고정수익그룹의 소날 데사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마치 금리인하 보험을 드는데 전혀 돈이 들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보험은 돈이 들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시장 왜곡'이라는 대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금리인하는 또 백악관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앞으로 경제지표들이 파월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경우 금리인하 정당성이 사라지게 되고, 결국에는 연준이 백악관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인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파월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맞서 강조했던 연준의 독립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파월이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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