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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채권시장, 경기침체 대비하나…위험 회사채 투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4 14:09

수정 2019.07.14 14:09

美채권시장, 경기침체 대비하나…위험 회사채 투매

미국 채권시장의 경기침체 우려가 강화되고 있다.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이 심화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가장 위험한 등급의 회사채를 내다팔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로 주목을 받았던 'CCC' 등급 회사채 매도세는 경기가 둔화되면 등급 낮은 이들 기업부터 먼저 쓰러질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를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특정 회사채 매도가 연쇄 매도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CCC 등급 회사채 수익률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정크본드 가운데 가장 위험한 회사채인 CCC 등급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같은 정크본드라도 신용등급이 좀 더 높은 BB 등급 회사채에 붙는 가산금리가 3월 이후 0.07%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CCC 등급 회사채는 가산금리가 폭등했다.
미 국채 대비 CCC 등급 회사채간 수익률 격차, 스프레드는 0.62%포인트 뛰었다. 미 국채가 아닌 CCC 등급 회사채를 투자자들이 보유하도록 하려면 미 국채보다 0.62%포인트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가능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뉴욕증시가 최근 사상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세계 채권시장에서는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투기등급 회사채 매수를 늘리며 시장을 활황장세로 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저 신용등급 기업들이 통상 경기둔화 충격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미 채권시장 흐름은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채 장단기 수익률 역전도 심화
경기침체 전조로 간주되곤 하는 장단기 수익률 역전도 심화하고 있다.

단기 채권인 미 3개월 만기 국채와 장기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간 격차, 스프레드가 최근 최대 0.2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5월 이후 최대 격차다.

올들어 장단기 수익률 격차 흐름을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수익률 곡선 역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역전된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하는데 따른 보상,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 등이 보상으로 더해져 채권 수익률은 장기가 단기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기침체가 우려될 때는 장기 수익률이 단기 수익률보다 되레 낮아지기도 한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리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 역시 미래로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이같은 흐름은 채권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경제 흐름 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연쇄 매도세 방아쇠 되나
리먼 리비안 프리드슨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미탄 프리드슨은 투자자들이 국채 시장 흐름을 토대로 고수익 위험 채권에 대해 재평가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올들어 보유 중이던 CCC 등급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서 팔아치운 브랜드와인 글로벌 투자운용의 트레이시 천 채권매니저는 미중 무역전쟁이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어 채권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천은 중국 경제둔화를 감안할 때 미 경기둔화도 반드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투자자들이 중국의 재정·통화정책이 경제를 회생시킬 것으로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고,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닛코자산운용의 선임 고수익채권 애널리스트 리처드 케호는 투기등급 채권 거래는 거시경제 둔화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투기등급 채권 매도를 경기침체 전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케호는 CCC 등급 채권 매도가 채권시장 연쇄 매도세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편 시장은 이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최소 2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추가로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70%를 웃도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2차례 이상 금리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준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연내 2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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