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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전격 시행..기업들 대응책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1:02

수정 2019.07.15 11:02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모호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법 시행과 함께 갖춰야 할 대응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부 신고가능 조항..사업장 혼선 부추길 수도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정의에 대해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수행에 편승해 이뤄졌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 발생한 경우라도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말 그대로 폭행, 폭언, 협박, 조롱, 모욕 등 직접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특정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로펌업계의 설명이다. 가령 면벽근무 등 근무공간을 통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지정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인사권의 행사범위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절한 환경이 아닌 경우 근무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상급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 △상급자가 다른 직원과 차별해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업무를 거의 주지 않는 경우 △정규 직원이 계약직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반복적으로 지시하는 경우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신고자를 특정하지 않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을 놓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노동법에서도 외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없었는데, 이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면서 자칫 사업장의 혼선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동료가 아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의 가족도 신고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추후 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업주 면책위해 예방활동 중요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사내 징계규정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경우,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개정으로 시행하는 데 근로자에게 추가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대형로펌 노동팀 관계자는 “근로자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진정으로 불이익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법률 제정에 따라 사용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서 전형적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굳이 동의까지 얻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주장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새 법이 시행되는 것인 만큼 법 위반 여부의 해석차를 놓고 한 동안은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판례가 점차 축적되면 관련법도 이에 맞게 구체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사업주의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는 취업규칙상 예방에 관한 사항도 규정하고 이를 신고해야 하며, 실제 피해사건 발생시 사업주의 면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실제 예방 활동을 수행할 것을 권장했다. 윤리강령 또는 정책 선언, 설문조사 등 사전 위험요인의 점검 활동, 예방 교육, 핫라인 설치, 상담센터 운영 등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현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신고가 접수됐을 때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회사에 구비돼 있느냐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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