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우연히 발 들였다가 운명이 된 뮤지컬, 우리만의 작품으로 토니상 받는 게 꿈"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7:35

수정 2019.07.15 17:35

뮤지컬 '미다스의 손'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2006년 첫 뮤지컬 '드라큐라' 실패하며 호된 신고식
한때 방황했지만 사람 행복하게 해주는 일의 가치 깨달아
마타하리·웃는남자 이어 엑스칼리버까지 잇단 흥행
제작비 한도 정하지 않고 완성도에 집중
어떤 작품이든 관객 10명중 7명은 만족시킬 자신 있어요
"우연히 발 들였다가 운명이 된 뮤지컬, 우리만의 작품으로 토니상 받는 게 꿈"
뮤지컬 '웃는 남자'
뮤지컬 '웃는 남자'
뮤지컬 '엑스칼리버'
뮤지컬 '엑스칼리버'
지난 2016년, 첫 창작뮤지컬 '마타 하리' 개막을 앞두고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46) 대표는 농담처럼 "망하면 은퇴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은퇴는커녕 '웃는 남자'(2018)에 이어 '엑스칼리버'(2019)까지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 성공리에 공연 중이다. 카카오가 투자한 첫 작품인 '엑스칼리버'는 7월 중순경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어느 순간부터 계산기 두드리지 않는다"는 엄 대표가 작품의 완성도에 '올인'한 결과다.

EMK는 '마타하리' 125억원, '웃는 남자' 175억원, '엑스칼리버'도 100억원대로 제작했다. 엄 대표는 "제작비 한도를 정해두면 자신감이 떨어질 것 같다"며 "수익은 모르겠고, 지금은 어떤 작품을 만들어도 관객 10명중 7명은 만족시킬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타 하리'와 '웃는 남자'는 '한국뮤지컬어워즈'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등 시상식의 작품상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엄 대표는 "작품이 별로면 중간에 과감히 엎는다"고 했다. 호평 속에 공연 중인 '엑스칼리버'도 그랬단다. "2017년 공연을 목표로 2016년 첫 워크샵을 했는데 도무지 시간 내 완성도를 끌어올릴 자신이 없었죠. 제 눈이 대중의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70~80% 만족해야 본격 연습에 들어갑니다."

그는 2006년 첫 뮤지컬 '드라큐라'(2006)가 쫄딱 망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2009년 EMK 설립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팬텀' 등 유럽 뮤지컬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스몰 라이선스(음악과 대본만 가져와 국내에 맞춰 재창작)로 실력을 쌓은 뒤 지금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창작 뮤지컬로 승부를 걸고 있다.

엄 대표는 벌써 '엑스칼리버' 재연 시 수정할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웃는 남자'처럼 '엑스칼리버'도 공연 개막 전, 한 공연장을 빌려 전 장면을 점검했습니다. 그때 구현한 장면을 정작 본 공연에서 구현 못한 게 있어요. 안타깝죠. 재연 시 수정할 부분은 늘 해당 공연 마지막 1주일에 확정합니다. 그때 매일 공연장으로 출근하는 이유죠."

'가난한 시골 촌놈' 출신이라는 엄 대표는 "무엇이건 열심히 한다"를 모토로 스무살부터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뛰어난 친화력과 근성·성실함으로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었다가 쫄딱 망하기도 하는 등 인생의 굴곡을 경험했다. 뮤지컬업계는 '우연'히 발 들였다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됐다. "'드라큐라' 실패 후 왠지 모를 오기에 복수(흥행작 배출)하고 업계를 떠나려고 했죠. 근데 작품을 만들수록 감정이 달라지더니 누구보다 뮤지컬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사랑과 동시에 책임감과 새로운 목표가 생겨 지금에 이르렀네요."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제가 명색이 대표고 프로듀서지만, 제 일의 태반이 남에게 부탁하는 일입니다. 문화산업은 물건 하나 만드는데 파트가 너무 많고 파트마다 생각이 다 달라요. 하나로 통합하고 조율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요." '엑스칼리버'에는 무려 18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 중이다. 그의 핸드폰에는 한 제작진에게 보낸 장문의 설득 문자, 배우들과 전화한 통화 내역이 빼곡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좋은 작품이 나오잖아요. 근데 뮤지컬은 매번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늘 을·병이 돼야 합니다." 물론 요즘엔 거절할 일도 있다. 국내외에서 뮤지컬 제작요청이 들어와 책상 위에 대본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3년 전 어느 겨울밤, 제가 남들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 같아서 대표직 관둔다고 문자 보내고 잠적했지요.(웃음) 그때 3~4개월 방황하며 새삼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제 직업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한때 '정주영 회장'처럼 부자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뮤지컬을 더 잘 만들고 싶어요." 그의 꿈은 '연극-뮤지컬계 오스카' 토니상 수상이다. "이제 매년 1편씩 창작뮤지컬을 선보일 겁니다.
한국영화 원작 중극장 뮤지컬부터 국내 창작진이 뭉친 신작까지 2023년까지 라인업이 잡혀있어요. 창작뮤지컬로 해외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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