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부 ‘강남 집값 잡기’, 맹모들에게 통할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7:43

수정 2019.07.15 17:45

孟母
[기자수첩] 정부 ‘강남 집값 잡기’, 맹모들에게 통할까
얼마 전 동네 아이 엄마들 얘기를 듣고 난 뒤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와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교육 얘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비전통 학군에, 유명 학원가도 없는 동네에서 사립초등학교와 개인과외, 타 지역 유명학원 정보를 공유하며 버티던 '열혈' 엄마들이 하나둘씩 이삿짐을 싸고 있다는 얘기였다. 'OO엄마는 사는 집 전세 주고 서초동에 전세로 들어갔다더라' '결국 이사갈 거면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더니 결국 그날 '날을 잡아 학군 좋은 동네들을 같이 돌아보자'며 임장 계획까지 세웠다.

지난주 정부가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을 지정 해제한다고 발표하자 부동산 시장이 어김없이 들썩이고 있다.

자사고가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돼 교육이 평준화되면 학부모들이 강남·목동 등 전통적으로 우수한 학군에 다시 눈을 돌리면서 해당 지역 집값과 전·월세 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17년 11월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 발표로 한 차례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특히 이번에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 중 배재고(강동구 고덕동), 세화고(서초구 반포동)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모두 비강남권이라는 점에서 비강남권의 맹모들이 얼마나 이동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세화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영향인지 강남구 대치·도곡·역삼동 일대에 매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도 들려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인 숙명여고와 단국사대부고 근처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7월 첫째주 전셋값이 2500만~550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12억원대에 거래된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84㎡ 전세매물은 최근 13억5000만~15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고 한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예고하며 '강남 집값 잡기'를 선언한 가운데 이번 자사고 지정 해제 발표로 들썩이는 강남 집값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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