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음주운전하고 경찰에 고성… 미국이었다면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7:44

수정 2019.07.15 17:44

[기자수첩] 음주운전하고 경찰에 고성… 미국이었다면
대학 시절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미국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차가 없으면 집 근처 편의점도 가기 힘들었기에 부모님께 돈을 빌려 중고차를 한 대 샀다. 그렇게 한동안 중고차 한 대로 온갖 곳을 돌아다니다 문득 도로 분위기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 흔한 과속단속 카메라도 눈에 띄질 않았고, 도로를 막아놓고 하는 음주단속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유학생활을 좀 더 오래한 친구에게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좀 널널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웃으면서 "한번 걸려봐라"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내 운전을 하다 차를 세우라는 경찰관의 목소리를 들었고, 천천히 차를 세웠다. 자연스레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두명의 경찰이 고함을 치듯 "차에 있어(Stay in your car)!"라고 외치며 다가왔다. 이름을 묻고, 사는 곳을 묻고, 내 차의 주인이 누군지 물었다. 그러더니 질문은 "왜 차에서 내리려 했느냐, 다른 의도가 있었느냐"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경찰은 낡은 중고차의 등록갱신 여부를 확인하려고 차를 멈추라고 한 거였다.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는 "그럴 때 차에서 내리면 절대 안된다. 무조건 경찰 말 들어야 된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기자가 됐고, 우연찮은 기회로 음주단속을 나선 우리 경찰들과 동행 취재에 나섰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날이었다. 수일 전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해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음주운전자는 어김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음주운전자는 "제대로 안내해 주지도 않고 이렇게 단속하는 법이 어딨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냈다.

하지만 진상 운전자들에 비해 우리 경찰들은 너무나 '젠틀'했다. 음주운전자와 대화할 땐 꼬박꼬박 '선생님'을 붙였고, 대화도 힘들어 보이는 이들에게 윤창호법의 바뀐 기준을 이해시키려 애를 썼다.

공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경찰이 제대로 범인을 제압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것들이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경시와 무시로 이어져선 안 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지킬 건 지켜야 한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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