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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탈출 나선 美 제조업체… "美 복귀 대신 동남아·유럽으로" [식어가는 세계경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17:51

수정 2019.07.15 17:51

트럼프 관세폭탄에 中공장 철수..청소기·디젤엔진·신발 등 전방위
베트남·말레이시아·英으로 이전..생산비 비싼 美 본토로는 안 가
中 탈출 나선 美 제조업체… "美 복귀 대신 동남아·유럽으로" [식어가는 세계경제]
미국 제조업체들의 공급망 탈중국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에 물리는 최대 25%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탈출 배경이 어찌 됐든 한번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공급망을 바꾸게 되면 공급망 재조정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미·중 관계가 정상화돼도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탈중국화를 부추기기는 했지만 이를 미국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제조업체들이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 파고가 높아지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 주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다른 나라들로 서둘러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룸바 자동청소기를 만드는 아이로봇은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고, 디젤엔진을 만드는 커민스는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카메라업체 고프로, 신발업체 크록스 등도 이미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고, 애플도 일부 생산라인 탈중국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정비는 미·중 무역전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기업들은 일단 중국을 빠져나오면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구업체 루브색의 숀 닐슨 최고경영자(CEO)는 공급망 이전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고, 운송망도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일단 중국을 빠져나오면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연초만 해도 전체 제품의 75%를 중국에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60%로 비중을 줄였고, 내년 말까지는 중국에서 완전히 탈출할 계획이다. 닐슨 CEO는 베트남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중국 탈출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대중 수입도 급격히 줄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대중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2% 감소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사이익 최대 수혜국들은 베트남,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 생산비가 낮은 아시아 인접국들이다.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은 중국의 우회수출 의구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급격한 증가세를 타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올해 대미 수출액이 648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6%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급망 탈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제조업의 미국 회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생산비가 너무 비싸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는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뒤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제조업 생산은 올 들어 5월까지 지난해 12월 최고치 대비 1.5% 되레 감소했다. 또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6월에도 하락해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고무보트, 카약, 카누 등을 중국 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는 뉴욕의 시이글보트 공동사주 존 호지는 "미국에서 생산하려 했다면 제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졌을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호지는 또 "중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말해 공급망 이전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가 관세 중단과 무역협상 재개를 약속했지만 협상 타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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