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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의 역풍' 수도권까지 북상… 세입자들 깡통주택 공포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5 20:27

수정 2019.07.15 20:27

전세가 비율 75% 넘을땐 의심해야
전세금보증보험 가입도 최선
#1. 최근 수원 원천동 일대 원룸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송 모(29)씨. 두 달 전 전세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원룸을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 장모씨도 마찬가지다. 장 씨도 결혼 전 돈을 아끼기 위해 원룸에 지내며 5000만원을 모았지만 집주인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날리게 생겼다.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주변 원천동, 망포동, 신동, 매탄동 일대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나 결혼 준비에 차질이 생긴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갭투자로 인한 피해가 거제나 창원, 강원도 등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동탄, 수원 등 경기 남부를 비롯해 서울 영등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4년 전 갭투자 열풍으로 집주인 1명이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는 사례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세입자가 줄어들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갭투자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지방이 집값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이러한 '깡통 주택' 피해가 많았지만 최근에서는 서울, 수도권에서도 이러한 갭투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피해의 경우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집을 경매에 넘겨 보증금을 떼먹거나, 미리 가족들에게 재산을 넘기는 사례도 있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남·창원 등서 수도권으로 북상

깡통주택은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매매가격의 80%가 넘는 주택으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주택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지난해 경남 거제와 창원 등에서 조선업과 제조업 침체, 주택 과잉 공급 등으로 이러한 '깡통 전세'가 확산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전용 80㎡ 아파트의 경우 전세값은 1억3000만원이었지만 매매가는 2~3년 전보다 1억원 가량 낮은 1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전셋값은 4000만원대로 폭락했다.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다.

수원 원룸 오피스텔 갭투자 피해는 1명의 갭투자자가 물건을 싹쓸이해 피해가 커진 경우다. 집주인이 3년 전 26채 건물을 갭투자로 사들였고 이 곳엔 800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약 5000만~1억4000만원정도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맺어 약 500억원 규모의 전세보증금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160여명의 세입자들은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와 부동산 계약의 다수가 허위 사실 기재라는 것에 대해 민·형사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영등포구R하우스' 갭투자 피해의 경우도 피해자가 142명, 피해 보증금만 100억원대에 달한다. 건물주는 서울 남서부지역의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갭투자자로 알려졌다. 건물감정가 32억원인 이 건물을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갭투자를 하려다가 건물이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면서 세입자들이 피해를 받게 됐다.

■전세가 비율·전세금보증보험 확인

전문가들은 갭투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사후 구제가 어려운 만큼 사전에 전세가 비율을 확인하거나, 전세금보증보험 가입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예림 변호사는 "최근에는 업계약을 통해 아파트 시세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경우도 있고, 등기부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보통 경매를 통해 전세금을 회수하는 절차를 생각해 볼수 있는데, 업계약 등이 이루어진 경우나 집주인이 여러 채를 갭투자로 투자해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터진 경우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전세가 비율 등을 따지고,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송에 갈 경우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해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한 뒤 이사하고, 향후 전세금반환청구 소송 등을 신청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피해가 발생하면 경매 혹은 소송 등을 진행하게 되지만 선순위가 밀리는 세입자는 전세금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결국 사전에 전세가율을 살피고, 전세금보증보험을 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의 복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여러채에 갭투자한 전문 투자자인지 건물에 대출과 담보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전세가 비율이 75%를 넘는 경우 갭투자 물건일 확률이 크므로 세입자가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임대인의 경우 신탁을 통해 임대차보호법을 피해가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하우스푸어를 위해 정부가 희망임대리츠 등 대책을 내놨던 것처럼 갭투자 피해자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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