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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두거인 브라질과 멕시코..운명 엇갈리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7 14:24

수정 2019.07.17 15:01

Brazilian President Jair Bolsonaro attends a presidential decree signing ceremony that proposes to make it easier for authorities to sell goods seized from drug traffickers, at Planalto presidential palace in Brasilia, Monday, June 17, 2019. (AP Photo/Eraldo Peres) /뉴시스/AP
Brazilian President Jair Bolsonaro attends a presidential decree signing ceremony that proposes to make it easier for authorities to sell goods seized from drug traffickers, at Planalto presidential palace in Brasilia, Monday, June 17, 2019. (AP Photo/Eraldo Peres) /뉴시스/AP
중남미 1·2위 경제국인 브라질과 멕시코가 엇갈린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탄탄한 경제를 물려받은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은 좌파 포퓰리스트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반면, 초반에 잇단 헛발질로 시장을 실망시켰던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최대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인 공무원 연금 개혁 하원 통과를 이끌어내면서 투자자들을 브라질로 끌어들이고 있다. 양국 경제정책 성패는 중남미 각국의 향후 경제 정책과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의 극우 성향 대통령 보우소나루는 집권 초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정책들과 잇단 경제개혁 공약 달성에 실패하면서 시장의 실망을 불렀다.


그러나 지난주 마침내 주요 개혁과제를 성공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보우소나루의 공무원 연금 개혁법안이 지난주 국회 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아직 상원 통과가 남아있고, 또 이후 이를 구체적인 법률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추가절차가 필요하지만 발판을 구축하는데는 성공했다.

공무원 연금은 보우소나루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연방재정의 절반을 잡아먹는 부실투성이다. 보우소나루는 앞서 지난달 28일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브라질이 주축이 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4개국이 참가하는 메르코수르(남미경제공동체)가 협상 20년만에 마침내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을 맺었다. 초반 보우소나루에 부정적이었던 시장의 평가는 급변했다.뉴욕 골드만삭스의 중남미 경제 부문 책임자 알베르토 라모스는 "브라질은 상당한 개혁성향을 갖고 있고, 투자 친화적인 경제팀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매우 과감한 거시.미시 개혁 어젠다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Mexican president Andres Manuel Lopez Obrador looks on during a news conference at National Palace in Mexico City, Mexico, June 14, 2019. REUTERS/Carlos Jasso /REUTERS/뉴스1
Mexican president Andres Manuel Lopez Obrador looks on during a news conference at National Palace in Mexico City, Mexico, June 14, 2019. REUTERS/Carlos Jasso /REUTERS/뉴스1

반면 집권 초반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던 로페스 오브라도 멕시코 정부는 9일 카를로스 우르수아 재무장관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시장 평가가 부정적으로 급변했다.

위스컨신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우르수아 장관은 재정긴축론자로 복지 재정확대를 추구하는 로페스 오브라도의 좌편향 정책 고삐를 죄고, 투자친화적인 정책 방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대통령, 내각과 충돌 끝에 결국 사임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르수아는 로페스 오브라도 정부가 근거 없는 정책을 만들고, 자격이 안되는 인물들을 이해관계가 첨예한 자리에 낙하산으로 꽂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은 우르수아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서 진정한 변화에 따르는 댓가라고 말해 우르수아가 추진하던 정책 방향은 폐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르수아의 사퇴는 로페스 오브라도 정부 정책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멕시코 전직 고위 관리는 우르수아의 사퇴가 '물속을 가른 어뢰'라며 현 정부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직 고위 관리는 소폭의 재정흑자를 내면서 사회보장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동시에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보우소나루와 로페스 오브라도가 전 정권에서 물려받은 유산이 서로 극명하게 다른데다 정치역학 역시 판단을 모호하게 한다.

브라질의 경우 보우소나루와 투자자 친화적인 경제팀이 계속 함께 갈 수 있을지, 또 5년간 제로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브라질 경제가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정치역학도 문제다. 골드만삭스의 라모스는 보우소나루의 여당이 소수당인데다 의회가 분열돼 있고, 때로 보우소나루에 적대적이기까지 해서 그의 통치, 행정능력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로페스 오브라도 역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좌편향에서 중도로 노선을 틀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전 정부에서 탄탄한 성장과 균형 재정, 완전고용을 물려받은 덕에 아직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다.
골드만삭스의 라모스는 그러나 멕시코는 지금 정책 대신 이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확대해 투자를 더 끌어들이고, 경쟁력을 더 높이며,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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