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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중단' 들고나온 北, 서두를게 없다는 美...기싸움 시작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7 15:32

수정 2019.07.17 15:32

북, 군사훈련 중단요구...미측 실무협상 카드 봉쇄
트럼프, 하노이서 5개안 이미 제안...급할 이유 없어
협상전 정지작업 성격..."재개시점 임박했다" 해석도
북한 외무성이 "북미실무협상 재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두를 게 없다"고 응수했다.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미간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양쪽 모두 강하게 나왔지만 실무협상 재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북 '쌍중단' 거론… 실무협상 앞두고 '선공'
17일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요구가 실무협상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의 우선순위가 제재 해제 보다 안전 보장으로 기운 만큼 핵심 카드중 하나를 미리 내밀었다는 시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무협상 전 기싸움이라는 의미도 있고 안전보장에 있어서 미국이 들어줘야 하는 것들을 미리 제시한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이 안전보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계산법을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때 안전보장 위협요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주한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미 정상이 지난달 판문점 회담에서 확약했었다는 점을 공개해 미국의 실무협상 카드중 하나를 사전에 없애버린 셈이다.

'쌍중단' 들고나온 北, 서두를게 없다는 美...기싸움 시작
홍 실장은 "북한은 핵도발을 하지 않고 미국은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쌍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이었다"면서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안전보장 문제를 요구할 때 군사훈련은 미국의 옵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쌍중단을 약속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기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미국과 한 공약에 남아있어야 할 명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나치게 제재해제에 보수적으로 나오다 안전보장 문제로 프레임이 달라져 오히려 부담스럽고 힘들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당장의 조치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북한은 반대의 입장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급할 것 없다"… 이유는?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공세를 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느긋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고 대단한 소통을 했다"면서 "시간이 본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나는 전혀 서두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과정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한 조급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미 하노이에서 북한에 제시할 카드를 이미 전달했다"면서 "거기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게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진짜 급할게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미군 유골발굴 작업 등 요구항목 2개와 종전선언·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대북경제지원 등 3가지 보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홍 교수는 또 "북한은 트럼프의 인기가 떨어지면 자신들에게 관대한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미국에서는 북한이 너무나 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쌍중단' 들고나온 北, 서두를게 없다는 美...기싸움 시작
■"실무협상 판 깨지진 않을 것"
북한이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이 우리도 급할 것 없다는 대응이 나왔지만 실무협상에 재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수준이 그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홍 실장은 "합동군사연습이 실무협상의 전제조건이었다면 담화에 그런 문구를 넣었을 것"이라며 "이번 담화문이 실무협상을 안하겠다 이런 개념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담화문은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합동군사연습이 현실화 되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답변 역시 북미대화의 판을 깰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홍 교수도 "북한 입장에서는 합동군사연습으로 문턱을 높여놓고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어제 담화는 오히려 본격적으로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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