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일본의 수출규제와 부품소재산업

최근 일본의 반도체 관련 3개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행되면서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늘고 있다.

한편에선 한·일 분업구조상 반도체 대기업들이 일본산 부품소재를 주로 사용한 것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비교우위가 없는 경우엔 국산화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이 자원의 최적배분을 가져온다는 주류경제학 이론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교역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이 전제가 될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한·일 갈등을 조속히 풀어 교역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한편에선 특정 소재나 부품을 지나치게 일본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이 기회에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이 주장은 시장불충분성이 발생하는 경우엔 시장거래보다는 내부화가 효율적이라는 제도주의 이론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견해에 따르면 시장거래에는 거래 상대방 발굴, 협상, 중장기계약의 경우 품질유지, 당초대로의 계약 유지 등 불가피하게 상당한 거래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런 비용들의 총합이 기업 내부에서 생산하는 비용보다 높은 경우엔 시장거래보다 기업 내부에서 직접 생산하는 내부화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물며 특정 소재나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거래 상대방이 일본에 있고, 정책환경도 극도로 불확실한 경우 우리 기업엔 거래비용이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내부화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부화의 의미는 한 기업 내부의 생산뿐만 아니라 산업생태계에서 이뤄지는 생산으로 확대된다. 국내 협력사들도 우리 반도체 산업생태계의 핵심기업인 모기업에 속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에서 사업다각화로 대기업들이 과거 사업영역을 넓혀간 것에 대해 국내에서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중소기업 영역 침범 혹은 시장지배력 강화 등의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 적도 많았지만, 제도주의자들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내부화 노력을 기울여간 것이며 이런 내부화 전략은 상당히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견해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는 시장불충분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며, 이 현상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으므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내 산업생태계 혹은 기업 단위의 내부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핵심은 과연 고도의 기술집약적 부품이나 소재 확보의 내부화가 빨리 이뤄질 수 있느냐일 것이다. 결국 이는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로 귀결된다. 연구개발의 생산성은 과제의 적절성, 역량 있는 연구자 확보, 이들의 연구개발 몰입도 제고, 실험·실증을 위한 연구개발 장비 구축 등에 의해 결정된다. 예산 확보와 배정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과제 선정이나 연구시스템 구축에 시간과 행정비용이 많이 투입된다면 적기 개발과 생산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시적으로라도 예산 확보와 집행, 연구개발 과제 선정, 연구개발 관리 등을 기업 스스로 하도록 한 후 기업들이 지출한 비용을 나중에 전액 세액공제해주는 제도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연구개발 생산성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몰입도 제고를 위해서는 주당 52시간 근로제도도 연구원들에겐 예외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노력이 적시에 된다 해도 이번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와 국회의 발 빠른 대응 노력을 기대해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