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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문제, 둘이서 풀어라" '중재론' 선 그은 美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9 14:48

수정 2019.07.19 14:48

적극적 개입, 3국 동맹체제에서 美에 부담 가중
마크 내퍼 "한·일 모두 중요한 동맹국" 원론 발언
갈등 증폭 억제하고 '외교적 해결' 여건 조성하나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사진=뉴스1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사진=뉴스1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은 "한일 양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한일관계에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공조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특히 '인도·태평양전략' 대전략 구축에 절실하게 요구되지만, 한 국가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중재자 역할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마크 내퍼 부차관보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하며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내퍼 부차관보는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한일 양국에 모두 관여하고 있고 (한일관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한일 간 문제는 당사국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으로 양국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퍼 부차관보의 발언은 지난 17일 방한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한일갈등에 미국이 관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동맹으로서 한국과 미국이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에서 한 발 물러난 입장이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은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고, 양국이 '강 대 강'으로 맞서며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일본과 동맹을 맺고 한일관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틸웰 신임 동아태 차관보의 이번 아시아 방문은 중재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지만 그의 순방 계기 한미일 고위급 회의는 일본이 일정을 핑계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구체화되지 않고 흐지부지된 바 있다.

내퍼 부차관보가 한·일을 담당하는 중량감 있는 관료라는 점, 스틸웰 발언 이후 이 말이 나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발언은 한일관계 악화 속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입장 정리가 국무부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즉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국제적으로 '중재'는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하는 것인데 한국과 일본이 중재 요청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중재를 한다고 해도 한국·일본과 동맹관계인 미국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도 스스로 적극적 중재역할을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국은 한일의 갈등이 현재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막고,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역할 정도를 맡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도 "한일관계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고,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했다'고 말한 것은 동맹국으로서 내놓을 만한 수사일 뿐 아전인수 식으로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회의적으로 분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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