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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푸는 美·유럽… 통화·주식·금 등 모든 자산가치 뛰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4 17:48

수정 2019.07.24 17:48

美연준 이달말 금리인하 확실시.. ECB도 추가 통화완화로 돌아서
스위스프랑 2년래 최고치로 올라.. 안전자산 금도 1년간 16%나 폭등
신흥시장 주식·통화가치도 치솟아
돈 푸는 美·유럽… 통화·주식·금 등 모든 자산가치 뛰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하 전망이 주식·채권뿐만 아니라 금부터 스위스 프랑, 신흥시장 주식, 신흥시장 통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거의 모든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5일 유럽중앙은행(ECB), 30~31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ECB는 다음으로 금리인하를 미룰 가능성도 있지만 연준은 이달 말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들 양대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움직임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상승세를 불렀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자산으로 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가치 상승으로 당혹스러운 대표적인 자산은 스위스 프랑이다. 연초만 해도 ECB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에 변화가 없었던 터라 스위스 프랑은 오름세를 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금리인하와 추가 통화완화 운을 띄우고, 통화완화론자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후임으로 정해지면서 ECB가 금리인하로 급하게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ECB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유로를 내다팔고 투자가치 보존이 쉬운 스위스 프랑으로 갈아타고 있다. 스위스 프랑은 4월 이후 4% 넘게 뛰면서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분석노트에서 "(스위스 프랑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 같은 요인들이 조만간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해 프랑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CB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무역긴장 고조,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겹쳐 스위스 프랑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것이라고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설명했다.

수출경쟁력 하락과 이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가능성은 이에 따라 점증하고 있다. 분석노트에서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스위스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프랑과 함께 통화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 정책이 엔 상승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래도 엔을 사들이고 있다.

금·은 가격도 오르고 있다. 무역전쟁,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비롯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지난 1년간 금은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폭 6%의 거의 3배에 가까운 16%로 폭등했다. 은 역시 최근 오름세로 돌아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지난 2주간 8.3% 값이 뛰었다.

금 가격 상승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헤지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수십년 만에 최대 금 매수세를 기록했던 중앙은행들은 올 들어서도 금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와 TD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은 250t에 육박한다. 이들은 지난해에는 650t 넘게 금을 끌어모은 바 있다.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중앙은행들이 "아마도 달러 외에 다른 자산으로 외환보유액을 쌓아두기를 원하는 것 같다"면서 "이들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수 있고, 연준이 꽤나 공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재정적자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모두 달러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신흥시장 주식, 통화가치도 함께 뛰고 있다.
MSCI 신흥시장지수는 올 최저치에 비해 11% 가까이 뛰었고,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3% 가까이 올랐다. ABS 수요가 확대되면서 발행도 탄력을 받아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시장 예상보다 낮은 가산금리로 'AAA' ABS를 발행하기도 했다.
다이아몬드힐 자본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헨리 송은 투자자들은 "한 달 전만 해도 정말 금리가 내릴까? 스프레드를 이렇게까지 좁혀도 될까 하며 주저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망설임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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