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로페이 사용자 한 달에 한 명..아무도 안 쓰는데요?"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7 09:59

수정 2019.07.27 09:59

반년된 제로페이, 시장도 편의점도 '외면'
중기부 "소비자에게 아직 낯설어…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것"
서울 서대문구 한 재래시장의 생선가게. 제로페이 가맹점이지만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는 한 달에 한 건도 찾기 어려웠다.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재래시장의 생선가게. 제로페이 가맹점이지만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는 한 달에 한 건도 찾기 어려웠다. [사진=윤홍집 기자]

"수수료 없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제로페이 아무도 안 써요…손님이 찾아야 말이죠"

지난 24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한 재래시장은 약 3곳 중 1곳이 제로페이 가맹점이었다. 소비자가 사용의사만 있다면 거의 모든 품목을 제로페이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찾을 수 없었다. 시장을 방문한 50대 주부 박 모씨는 제로페이를 사용해 본 적 있냐는 물음에 "신용카드 쓰는 게 낫다"고 짧게 답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에게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결제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각각 15%, 30% 소득공제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연소득 25% 이상을 제로페이로 결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40%를 전부 공제받기는 쉽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제로페이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8945건, 결제액 1억6947만원에 그쳤다. 가맹점 수가 26만2천개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하루 결제액은 647원으로 상당히 저조한 금액이다.

제로페이의 부진한 실적은 현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시장 상인들의 대다수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일주일에 한 명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제로페이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가맹점이지만 결제 방법을 모른다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4개월 전에 제로페이를 신청했다는 60대 한 모씨는 "시청이랑 상인회 사람들이 하도 설치하라고 난리여서 설치했더니 아무도 안 쓴다"며 "말만 제로페이 가맹점이지 결제 방법도 모르는 사장님들이 허다하다. 취지가 좋으면 뭐 하나. 쓰는 사람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50대 김 모씨는 "요새 시장에서도 2~3천원씩 먹고 카드 긁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제로페이를 써주면 얼마나 좋겠나 싶은데 이번 달에 제로페이를 쓰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며 "시장에 오시는 분들은 나이든 손님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도 쓰기 어려운 이분들이 제로페이를 쓰겠나"라고 되물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사진=윤홍집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사진=윤홍집 기자]

이러한 상황은 편의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난 5월부터 GS25·씨유(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5대 편의점은 제로페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사용자는 시장과 마찬가지로 '제로'에 가깝다.

종로구 한 편의점 점주인 박 모씨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따로 교육시키지 않는다"며 "아르바이트생이 많고 수시로 바뀌어서 일일이 사용법을 설명해주기 번거롭다. 여태까지 손님이 제로페이를 사용하는데 어떻게 하나고 묻는 아르바이트생은 없었다"고 전했다.

제로페이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중기부는 아직 자리 잡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제로페이는 이제 7개월이 됐다.
두 서비스를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라며 "시민들의 일상에 습관처럼 자리 잡은 신용카드를 대체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제로페이 가맹점이 26만개를 넘어섰고 일일 결제건수와 금액도 급격히 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도 점점 제로페이에 익숙해질 것"이라며 "지자체와 결제사 등의 협력을 통해 혜택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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