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루 한번꼴 변사사건… 트라우마 겪어도 갈 곳 없는 경찰관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8 16:47

수정 2019.07.28 18:39

중랑署 3년간 1054건.. 강서·마포 등도 이틀에 한번 이상
6년전 개소한 마음동행센터.. 여전히 전국 9곳에 불과
전문상담인력 대부분이 1명.. 1인당 상담 횟수도 정해져있어
하루 한번꼴 변사사건… 트라우마 겪어도 갈 곳 없는 경찰관
#1. 지난해 12월 A경찰관은 과거 강원지역 모 경찰서에서 형사팀장 근무 당시 겪었던 변사사건의 정신적 충격으로 부서를 이동했다. 그러나 근무 환경이 바뀌었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 증세를 보이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2. 지난해 7월에는 서울지역 모 경찰서 소속 B형사가 철로에서 전동차와 충돌해 참혹하게 사망한 시신을 보고 트라우마로 인해 다른 부서로 전출을 가기도 했다.

형사 근무 중 변사사건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이 잇따르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시설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경찰관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마음동행센터'를 올해 각 지방청마다 설치하고 상담 인력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잔혹한 현장, 정신적 충격 호소

2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변사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 중랑경찰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총 1054건이 발생했다.
하루 1번 꼴로 변사체가 발견된 셈이다.

강서, 마포, 노원, 서대문 경찰서 등도 일평균 0.6건 이상으로, 이틀에 한 번 이상 변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빈번히 발생하는 변사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형사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잔혹한 현장을 목격한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형사 근무를 포기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형사 근무 경험이 있는 경찰관은 "물론 어느 정도 (험한 일에 대한) 각오는 하고 들어온다"며 "하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와 사건을 접하다 보면 은근히 쌓이는 정신 스트레스가 있다"고 토로했다.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부검 등에 참관해야 해, 불규칙한 근무가 연장되는 점도 고충으로 지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사건이 접수되면, 야간근무가 끝나더라도 부검·현장조사·관련자 조사 등으로 퇴근하지 못한다"며 "감식결과 보고까지 담당 형사가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들은 일본 경찰의 '시체처리수당' 등 특수 수당을 통한 사기진작책을 요구해 왔다. 한 경찰관은 "격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아 자긍심이 생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수당 등 사기진작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형사 3% 이용…시설 태부족

경찰은 지난 2013년부터 경찰관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한 형사는 총 348명으로, 약 9000여명인 전체 형사 대비 약 3% 수준에 그쳤다. 형사직의 경우 지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률은 저조한 것이다.

개소 6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9개소에 불과해 약 12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경찰관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각 센터 내 전문상담인력이 1명 뿐인 곳도 7곳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1인당 상담이 가능한 횟수가 정해져 있어,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심리상담을 받는 일에 대한 다소 경직된 조직 분위기도 원활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은 올해 안으로 센터를 대거 늘려 총 18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담 인력도 최소 2명으로 늘릴 방침이지만 예산 부족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담 인력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나, 재정 상황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며 "기획재정부의 심사가 진행 중이나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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