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게임 콘텐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위한 첨병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36년의 영국 런던 거리, 말과 마차가 주로 다니던 길에 새로운 탈것이 나타났다. 1시간 동안 평균 20㎞ 정도를 갈 수 있고, 최고 시속은 48㎞ 정도까지 낼 수 있었다. 이후 런던과 주변 도시를 연결하는 서비스가 시작됐고 큰 인기를 끌었다.

마냥 환영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무게가 14t이 넘었으니 도로가 파손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아직 증기기관 기술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기엔진이 도로에서 폭발할 경우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영국 의회는 1861년 최고 속도를 시속 16㎞로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고, 1865년에는 규제를 더 강화했다. 너무도 잘 알려진 이른바 '붉은 깃발법'의 탄생이다. 후대 사람들은 통상 이 규제로 인해 부흥기에 있었던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독일에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기존에 법 질서와 새로운 산업의 조화가 이뤄지면 연착륙이 가능하지만 실패하면 한동안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사회도 5G로 새로운 산업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단순히 통신 속도만 빨라지는 변화가 아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새로운 콘텐츠 기술과 접목해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실제 게임산업계는 기술과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의 테스트베드와 같은 역할도 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하반기부터 구글은 기존에 게임기, 컴퓨터 본체 등을 통해 게임을 하던 개념을 벗어나 클라우드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든 고사양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KT도 '어벤져스 앤드 게임'의 캐릭터를 이용한 증강현실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 게임, 블록체인 게임 등 전통적인 게임콘텐츠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미 이뤄지고 있지만 이미 외국에 비해 앞서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 산업과 게임 콘텐츠의 지속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앞날이 밝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고, 이 규제들이 융합되고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는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도 매우 의문이다. 사정을 체감한 우리 정부는 다른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규제 샌드박스와 실증 특례 등의 신기술·신산업 육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규제체계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실질적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VR 콘텐츠에서 보듯이 게임 콘텐츠 분야야말로 이 유연한 규제체계 도입을 통한 효과를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분야임이 분명하다. 기존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존재해 왔던 규제를 모두 허물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적어도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융합 콘텐츠와 같이 새롭게 떠오르고 육성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전통적 영역에서 존재했던 규제들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뭔가 껄끄러운 영역에서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붉은 깃발법을 과감하게 떨어내고 규제 샌드박스를 부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붉은 깃발법이 철폐된 1896년 이후 다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