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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 파기 맞대응 카드 만지작..정부, 군사·외교적 실리 셈법 복잡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9 17:42

수정 2019.07.29 23:18

日 "무역갈등 별개로 유지" 입장
전문가 "파기, 韓에 득될 것 없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우방국을 대상으로 전략 물자 수출 시 허가를 간소화해주는 절차) 배제에 대항해 우리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맞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GSOMIA는 협정으로서 일방이 유지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파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협정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동맹·미일동맹, 나아가 한·미·일 3국 간 공조체제를 이루는 중요 중심축 역할을 하는 만큼 한국이나 일본 모두 향후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우리 정부도일본에 대항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파기가 강행될 경우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고민도 깊어 보인다.

다만 일본은 8월 만료되는 GSOMIA에 대해 한일 무역 갈등과 별개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한일이 연대해야 할 과제는 확고히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상관없이 한미일 공조의 틀은 유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軍 정보획득 효율성 크게 훼손

특히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군사적으로 GSOMIA 파기는 한국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등 동북아 안보에 위협으로 다시 부상한 현 상황은 한미일 3국의 굳건한 안보공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다. GSOMIA 파기는 여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팎에선 또 일본 측은 우리로부터 휴민트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군사위성이나 기타 첨단 감시·정찰장비를 통한 정보를 확보하는 안보 공생관계인 만큼 협정 파기 문제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지난 25일 북한이 발사한 두 발의 탄도미사일의 경우 한국과 일본 정부는 GSOMIA에 따라 북한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분석해 상호 교환한 바 있다. 한일갈등이 최악의 국면이지만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순조로운 협력이 이뤄진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사 보안상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우리 군은 일본 측으로부터 한국 경보 레이더(그린파인)가 잡아내지 못하는 음영 구역 이하의 비행궤적에 대해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위협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GSOMIA 파기가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한국이 자신의 발목을 묶을 수 있고 최근 전개되고 있는 한일갈등 상황에서도 파기는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일 공조 균열..외교 실익 부족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GSOMIA 파기는 정치적·감정적 효용은 있으나 실리적으로 도움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도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GSOMIA 파기 등으로 제대로 안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고, 일본은 그것을 계기로 대한(對韓)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미일 공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 GSOMIA 파기로 미국의 입장에 역행할 경우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도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아이디어를 내고 요청을 해서 맺어진 협정이고, 현재 북·중·러가 뭉치는 가운데 한미일 공조의 판이 흔들리는 것은 우리에게 실익이 없다"면서 GSOMIA 파기는 정치적 논리에 한정된 것으로 외교적으로 큰 실익이 없는 '치킨게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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