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공유경제 속살까지 도려내선 안된다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차량공유사업이 시작된 시기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시장에 나오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던 2008년쯤이었다. 미국 보스턴에 살던 로빈 체이스라는 가정주부는 어느 날 소유한 덩치 큰 자동차가 아이들 통학에 하루 2시간 정도만 쓰이고 22시간은 주차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동료 학부모와 집카(Zipcar)라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차량공유회사를 창업했다. 집카 이후 이웃 간 자동차, 집, 장난감, 헌옷, 책 등을 공유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이들 기업은 필요 이상의 과다한 생산과 소비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역할로 환영받고 있다.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작가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최근 책 '격변'(Upheaval)에서 중국, 인도, 남미 등이 지속적 경제성장을 통해 그들에 비해 32배를 소비하는 미국처럼 되면 지구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환경지킴이로서의 공유경제의 역할이 점점 더 절실해지는 시기다.

스마트폰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서민의 경제생활은 여러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 디지털쿠폰을 통해 가격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곳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생활정보 소통의 장도 갖게 됐다. 또한 공간을 세내거나 직원을 쓸 돈이 없는 서민들도 플랫폼 옷가게와 여행사 주인이 됐고, 철가방으로 손가락질을 받던 서민들은 배달의민족이라는 플랫폼 회사의 어엿한 직원이 되어 월 300만원 이상 벌 수 있는 일용직 경제의 부러운 고용원으로 거듭났다.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나면 생계가 어려운 월급을 받으면서도 불친절의 비난을 한몸에 받던 택시기사들은 타다와 파파의 직원으로 가장 친절하고 예의바른 세련된 스마트모빌리티 운전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유경제는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 서민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유경제의 뒤에는 디지털로 무장한 강력한 젊은 세대들의 무서운 저력이 숨어있다.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와 함께 성장해 온 이들에게는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척감이 크다. 음식, 옷, 모빌리티, 음악, 영화, 게임 등 모든 것을 손안의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는 이들에게 식당에 가야 밥을 먹을 수 있고 옷가게에 가야 옷을 살 수 있으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적혀 있는 그대로 택시를 타고 움직이라는 것은 이들에게 세상을 거꾸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공유경제는 신세대의 변화한 소비 패턴을 가상의 시장에서 구현해주는 미래경제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국토부의 택시개혁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라는 아날로그 시대 만들어진 법체계에 공유 기반의 플랫폼 운송사업을 억지로 끼워넣고 포장한 모양새가 됐다.
카풀과 타다 서비스에 대한 규제조치에 특히 반대 여론이 많은 이유는 환경개선, 양질의 서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차세대 배려라는 공유경제의 혜택이 사라질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 정부가 전통산업인 택시를 살리기 위해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공유경제의 속살을 도려내어서는 곤란하다.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이고 개혁적인 새로운 입법체계를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황기연 전 한국교통연구원장·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