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미,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환율전쟁 서막인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6 12:32

수정 2019.08.06 12:32

미국 재무부가 5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주 9월 1일부터 중국 제품 3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고, 중국이 이날 위안 하락을 방치하면서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지자 나온 조처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5년만에 첫 환율조작국 지정
월스트리트저널, CNN비즈니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반기 환율조작 보고서에서 중국을 관심국가로 올렸을 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론에도 불구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던 재무부는 보고서 발표 넉달만에 태도를 바꿨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기보다 무역전쟁에 따른 위안 하락 압력을 더 이상 완화하지 않은 것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겼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선언했다.

중국인민은행(PBOC) 환율고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는 '이른바 환율조작'이라는 트윗을 올린 뒤 나온 조처다.

시장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위안은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최대 1.9% 하락한 달러당 7.1087위안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갑자기 위안 평가절하를 용인해 세계 금융시장을 쑥밭으로 만들었던 2015년 8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중국 외환시장에서도 위안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

이강 PBOC 총재는 위안 하락은 시장 압력에 따른 것으로 중국은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는 이를 환율조작이라고 지목했다.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제재에 나서기 전에 먼저 국제통화기금(IMF)과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는 아직은 상징적 조처에 머물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거칠었다.

시장 반응은 거칠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장중 900포인트 넘는 폭락세를 기록한 끝에 지난주말보다 2.9% 하락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 나스닥 지수는 3.5% 폭락했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40%로 치솟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인 국채로 돈이 몰려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약 3년만에 최저수준인 1.75%로 떨어졌고, 3개월 만기 미 국채 수익률과 격차는 마이너스(-)0.32%포인트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이같은 수익률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주곡으로 간주되곤 한다.

환율전쟁 서막인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중국이 위안 하락을 막는 주요 동기 가운데 하나를 없애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드렉슬 해밀턴의 이언 와이너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위안 하락을 억제해 환율조작국 딱지를 피하려던 이들이 이제 거칠 것이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물론 중국 역시 위안이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자본이탈, 달러표시 채무 상환부담 가중 등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통제에 나서기는 하겠지만 당분간은 거침없는 위안 평가절하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중국·동북아 부문 책임자 마이클 허슨은 "중국은 트럼프의 중국 목표에 대해 더 어둡고 냉소적인 시작을 갖게 됐다"면서 "중국은 점점 트럼프와 갈등 고조를 피할 수 있는 자신들의 능력에 비관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와는 어떤 식으로든 갈등 고조를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은 트럼프의 관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평가절하를 가속화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허슨은 그러나 중국이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환율을 무기화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중국이 결국에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