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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추가 절하땐 최악… 글로벌 경제침체 빨라질 수도[G2 환율전쟁]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6 17:49

수정 2019.08.06 17:49

'1달러=7위안' 무너졌다는 건 사실상 무역협상 포기했단 의미..당장 내달 고위급협상 깨질 듯
美 모든 중국산 제품 관세..10%→25%로 올릴 땐 9개월내 세계 경제 바닥으로
中 위안화 추가 절하땐 최악… 글로벌 경제침체 빨라질 수도[G2 환율전쟁]
【 베이징·서울=조창원 특파원 송경재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경제 전면전'으로 흐르고 있다. 양국 간 관세보복 위주로 흐르던 무역갈등이 5일 미국 재무부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환율전쟁으로 확전됐다.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G2가 무역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할 태세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경제 전면전이 심화될수록 글로벌 경제침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전쟁, 고삐 풀렸다

미·중 간 휴전선언이 무너지며 양국 갈등이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차 난타전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면서 벌어졌다.
중국은 급기야 미국산 농산물 수입계획을 중단키로 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2차 타격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5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대를 돌파하면서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양국이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암중모색하던 기류가 한달 만에 최악의 난타전으로 돌변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의지가 약한 데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관세 벌칙을 회피한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전 결단을 내린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이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자신감을 얻고 장기전으로 대비하려는 태도 변화에 미국이 휴전을 파기하고 전면전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문제가 미국의 전면전에 불을 댕겼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효과적 방안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7위안 직전으로 설정한 건 중국 정부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CNN은 위안화 절하를 통해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자국 통화를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컨설팅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중국경제학자인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는 "그들이 환율 '7위안' 방어를 중단했다는 건 미국과의 무역협상 희망을 거의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국 갈등 시계제로

양국 갈등이 시계제로에 빠지고 있다. 양국 간 충돌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못하면 추가 보복과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은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을 발판 삼아 중국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 감시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를 동원할 수 있다.

아울러 당장 9월로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깨질 가능성이다.

무역협상이 깨지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장벽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가 3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당초 예고한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다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는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면 (향후) 3개 분기 내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잠정중단하는 맞보복 조치에 나선 중국도 추가 반격 카드를 검토 중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6일 사평(사설)에 중국이 전날 심야에 새로운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잠정중단을 발표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이는 중국의 공구함에 있는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추가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글로벌 경제침체 우려

양국 간 선전포고로 미국과 중국 등 협상 당사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당장 연준의 정책 기조가 금리인하로 확실히 자리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내 최소 2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이 92.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만에 첫번째 금리인하를 결정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는 '중간조정'일 뿐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 시장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연준은 무역전쟁이 기업투자를 약화시키고, 제조업 활동 둔화를 부르고 있다면서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금리인하 배경으로 지목했었다.

그러나 FOMC 회의 이튿날부터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시장이 폭락하고 있고, 이는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 훼손을 불러 소비와 기업지출을 후퇴하게 만들 수 있어 연준의 금리인하 필요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중 환율전쟁이 확전될 우려도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위안화 추가 절하를 용인할 것인지 여부가 양국 환율갈등의 관전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만약 중국이 추가 절하를 허용할 경우 아시아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켜야 하는 시장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통화절하가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가계소비가 줄어드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
최악의 경우 관세를 추가로 올리고, 기타 무역제한 조치들이 발동될 우려가 크다고 NYT는 전망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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