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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기간 90일 다 안쓴 日… 허가의도 몰라 불확실성 계속 [한일 경제전쟁]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8 17:53

수정 2019.08.08 17:53

日 규제 후 첫 허가 받았지만 삼성전자 "아직 인도받지 않아" 국내외서 대체재 테스트 계속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 한 달여 만에 삼성전자용 포토 레지스트(감광액)의 개별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지만 공급 불확실성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업계의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포토 레지스트 허가물량이 현재 양산 중인 7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에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향후 생산 확대에 대비해 대체재 테스트와 일본산 공급망 관리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 7일 개별수출을 허가한 포토 레지스트는 삼성전자 EUV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허가가 난 포토 레지스트는 화성사업장 내 EUV 파운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3라인에 적용될 제품"이라며 "아직 우리 측이 물량을 인도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초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에도 현지 공급사를 통해 꾸준히 수출허가를 신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포토 레지스트는 반도체 핵심공정인 노광공정에 사용되는데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표면에 포토 레지스트를 바르고 그 위에 회로가 그려진 포토 마스크를 씌운 뒤 자외선을 쏴주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도가 그려진다.


문제는 일본이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로 7나노 EUV 파운드리 제품을 양산 중인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JSR, TOK 등 일본업체들로부터 전량 수입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개별 허가물량이 삼성전자의 EUV용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성 S3라인은 7나노 제품 생산 초기라 물량이 적어 이번 제재에 따른 영향은 당장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확보한 포토 레지스트 재고도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수출허가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점, 삼성전자가 내년 초 화성 EUV 전용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포토 레지스트 공급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이번 조치가 수출금지가 아닌 수출관리 강화라는 주장의 명분도 필요하고, 국제공급망의 반발도 있으니 출구전략 차원일 수 있다"며 "최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개별품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일본의 속내를 모르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수출허가와 무관하게 현재 에칭가스와 포토 레지스트의 대체재 테스트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재품목들의 샘플 테스트를 다각도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고객사들에 공급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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