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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위안화 무기화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1 17:30

수정 2019.08.11 17: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두 번씩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낸다. 반년 동안의 각국 환율정책을 심사해 여기에 환율조작국과 관찰대상국으로 구분해 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다섯 번 기회가 있었지만 참았다. 중국과의 정면대결은 미국에도 적지 않은 출혈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중국은 이에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어떻게든 달러 약세(위안화 강세)를 유도하려는 미국과, 반대로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중국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8일 위안화 중간환율(기준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간환율이 달러당 7위안(포치)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그동안 미국은 달러당 7위안을 최종 저지선으로 삼아 왔다. 인민은행은 저지선을 뚫고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무기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미국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임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을 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미 C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중국이 2020년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발표되기 직전에 나온 중국의 미 농산물 수입 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농업지역을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이 유화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 보면 미국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위안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에 관세폭탄을 던질수록 중국리스크가 커져 위안화 환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가 벌집을 잘못 건드린 건 아닐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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