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일 미래 향한 광복절 메시지 기대한다

'DJ·오부치 선언'에 담긴 구동존이 정신 되새기길

과거사 갈등이 도화선이 된 한·일 무역전쟁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양국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 시민단체인 동아시아평화회의는 12일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에 과거사 성찰을 요구하되 거기에만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위해 양국이 합심하자고 촉구한 셈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결기를 가지되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동아시아평화회의의 이날 특별성명에는 원로급 인사 67명이 참여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그리고 이종찬 전 국정원장 및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그 면면이다. 얼마 전 일본 지식인 77명이 시작한 '아베 정권의 한국 수출규제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 화답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아베 정부가 불을 붙인 무역전쟁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도 한·일 관계의 평화적 해법을 강조한 대목이 그렇다.

양측 지식인들의 이구동성을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당장 한·일 양쪽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8월 초순(1~10일) 대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하면서 총수출액도 22%나 줄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양국 모두 패자가 될 게 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 소비재를 겨냥한 불매운동으로 '유탄'을 맞은 롯데그룹은 7월 이후 시가총액 5조원이 증발한 사실이 불길하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전 문 대통령도 "한·일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을 것이다. 과거사에만 얽매여 강(强) 대 강(强) 대치를 할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로 지식인들의 권고가 백번 옳다.

일찍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과거와 싸우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 줄 것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도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한·일 관계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바로 그런 정신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처럼 적대적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윈윈하려는 기조를 잇기를 기대한다. 아베 정부도 과거사에 대한 자성을 토대로 미래를 공유하자는 메시지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