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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합격 사유 거짓해명 의혹, 취준생 "홍콩 캐세이퍼시픽 채용갑질"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8 11:00

수정 2019.08.18 14:11

韓 승무원 공채 불합격 통보 거짓 해명
항공사 측 "이민국 비자 발급 제한 탓"
이민국 측 "韓 채용비자 제한 규정 없어"
지원자들 "채용 갑질 상처…시간만 허비"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진=fnDB
캐세이퍼시픽 항공/사진=fnDB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항공이 한국인 승무원 채용과정에서 ‘최종 합격’만을 남겨둔 지원자들에게 불합격 통보를 하면서 거짓해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항공사 측은 반년 넘게 채용절차에 매달린 지원자 약 60명에게 ‘비자제한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본지가 홍콩 이민국에 확인해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에 항공사 측은 고용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고용 제의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전에 지원자들에게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비자 제한 때문"…이민국 "사실 아냐"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은 지난 1월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승무원에 대한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서류전형과 비디오 면접 등을 거쳐 서울에서 진행된 최종면접까지 통과한 인원은 4월 중순 무렵 채용신체검사도 마쳤다.

이후 약 160명의 지원자는 5월 말 캐세이퍼시픽으로부터 ‘조건부 채용 제의(conditional job offer)’를 받았다.
△비자신청 결과 △신체검사 결과 △평판 조회 △채용에 협조하는 태도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채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6월 말~7월 중순경에는 최종계약서 사인과 사내 복지에 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변수가 없다면 사실상 ‘최종합격’이라고 대부분의 지원자는 받아들였다.

지원자들은 사측의 안내에 따라 홍콩 취업비자를 신청한 후 약 2개월 간 브리핑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사측은 7월 15일 지원자들에게 “홍콩 이민국으로부터 비자승인이 나지 않아 예정된 설명회가 8월 초로 연기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캐세이퍼시픽은 일주일 뒤 개별 연락을 취해 ‘최종 합격’을 통보했고, 약 100명의 지원자에게만 공식 합격메일과 계약서 등을 보냈다고 지원자들은 전했다. 남은 약 60명은 별다른 공지조차 받지 못한 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지원자는 "홍콩 이민국에 비자발급 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미 지난 26일 캐세이퍼시픽 측의 요청으로 비자발급이 취소됐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받았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부 지원자들이 캐세이퍼시픽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지만, 답이 없었다. 뒤늦게 몇몇 지원자와 연락이 닿은 인사팀 측은 “이민국에서 지원자들의 비자 발급을 약 100명으로 제한했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캐세이퍼시픽 측은 8월이 넘어서야 합격통보를 받지 못한 지원자들에게 최종 불합격 통보를 했다. 여전히 이민국의 비자발급 제한을 이유로 들었다는 게 지원자들의 설명이다.

한 지원자는 "캐세이퍼시픽 측은 일관되게 '이민국의 비자 제한으로 이번 채용에선 데려가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홍콩 이민국 측은 비자 취소는 캐세이퍼시픽의 요청이었을 뿐, 한국인 채용비자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홍콩 이민국 관계자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규정은 없다”며 “캐세이퍼시픽 지원자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아 회사 측에 비자발급 철회 이유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직 확인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원자 "채용 갑질로 상처 받아"
불합격 지원자들은 캐세이퍼시픽의 불투명한 채용과정과 석연치 않은 태도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지원자는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기존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미리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항공사의 입사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측은 일부 지원자에 대해서만 비자발급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유와 이에 대한 책임을 이민국으로 돌린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지원자 김모씨(28)는 "7년 만에 진행된 한국인 대상 객실승무원 채용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말도 안 되는 '채용 갑질'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비자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곧 브리핑 일정을 알려주기로 한 상황이어서 다른 구직활동도 할 수 없었다.
긴 시간을 허비하게 하며 인생 계획을 세운 사람들의 꿈을 짓밟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캐세이퍼시픽 측은 “지원자 중 일부는 비자 이슈 등으로 고용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를 관련 지원자들에게 통보했다”며 “앞서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못하면 고용 제의가 취소될 수 있음을 고지했으며, 고용이 확정된 이후에만 현재 직장을 그만두게끔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내부 검토가 다소 지연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채용 세부 사항은 내규상 상세하게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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