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약품 등 전문지식 필요한 사건들 척척 "약사 경험 큰 도움"[화제의 법조인]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8 17:03

수정 2019.08.18 17:03

법무법인 광장 헬스케어팀장 박금낭 변호사
어려운 용어 설명하고 설득하려 법정에 테니스 라켓 들고가기도
헬스케어산업 성장에 기여하고파
의약품 등 전문지식 필요한 사건들 척척 "약사 경험 큰 도움"[화제의 법조인]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한민국 3대 로펌 소속 변호사라 하면 떠오르는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소위 스카이(서울대·연대·고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합격한 남성 변호사가 대다수일 것이란 기대다.

이 중 하나만 빼고 전부 속하지 않는 '반전 매력'을 뽐내는 변호사가 있다.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으로 한약조제사 자격과 약사자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의 헬스케어팀장인 박금낭 변호사(49·사법연수원 31기·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사법시험 제도가 사라지고 로스쿨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부터는 스카이 법대 출신 외에도 언론·의학·약�e·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으로 한 변호사들도 대형 로펌에 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박 변호사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건 로스쿨 제도가 생기기 전인 1999년이다.

■어릴적부터 꿈은 '법조인'

약대 출신으로 법조인이 되겠다는 특별한 결심을 한 계기에 대해 박 변호사는 '어릴적부터 간직해 온 꿈'이라고 운을 뗐다.


18일 기자와 만난 그는 "개인적으로 약물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약사를 하다가 사법시험을 보게 된 것"이라며 "약사를 하고 있는데도 법조인에 대한 이유 모를 끌림이 있었고, 어느 날 불현듯 사시공부에 대해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니 대부분이 놀랐는데 단짝 친구 한 명은 '언젠가 네가 그럴 줄 알았다'라면서, 고등학교 1학년때 이과를 지망하면서도 장래 희망에는 판사라고 썼었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약대에서 쌓은 지식과 약사의 경험은 변호사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돼 돌아왔다. 박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오고 나서 헬스케어, 제약, 특허 분야를 맡게 됐는데 약물학 석사 과정에서 실험하고 논문을 쓴 것들이 굉장한 도움이 됐다"며 "실제로 백신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 이는 인체 병리, 해부, 면역학을 다 아우르는 지식이 필요했는데 이 까다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다보니 사건 이해도나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유리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번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대법원에 테니스 라켓을 들고간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운 지식을 재판장에서 어떻게 쉽게 알리고 설득시킬 수 있느냐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저귀 사건을 담당하던 때였는데 기저귀 내 부직포에 유체 투과성이 없다는 걸 설명해야 했다"며 "상대측에서 기저귀를 1000배 확대하면 구멍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통과가 안되느냐 공격할 때 테니스 라켓을 들고가 라켓에도 구멍이 있지만 테니스 공이 투과되지 못하는 점을 빗대어 설명해 대법관들을 이해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보탬되고 싶어"

특정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사건을 맡다보니 해당 산업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박 변호사는 "무엇보다 의약품을 홀대하는 문화와 사고방식부터 탈피해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법에 안주하기 보다는 옳지 못하거나 낡은 것들은 변화시키려는 '챌린지'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의약품 등 헬스케어산업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갈 수록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커다란 산업이 성장 할 수 있다"라고 예상하면서 "이제는 복제만 할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하고 보급하는 선진국 반열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실패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하이리턴에는 하이리스크가 있다는 진리를 기억하면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많은 제약사들이 실패를 감수하고라도 신약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