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개복없이 로봇으로 수술… 자궁암 환자도 임신 가능합니다"[인터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0 16:41

수정 2019.08.20 18:43

이정훈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대서울병원 제공
이대서울병원 제공
"로봇수술의 발달로 여성 자궁암 환자 치료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정훈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20일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자궁내막암, 난소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로봇수술도 다양화되고 복강경 수술, 개복 수술 등 환자에게 맞는 치료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2명에게 발병할 정도로 흔해졌다. 여성의 자궁내막은 배아의 착상을 준비했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져나간다. 이 때 발생하는 출혈이 생리다. 자궁내막이 깨끗하게 배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난소나 난관, 복막 등 자궁 내·외부에 달라 붙게 된다.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유착 등이 발생해 자궁내막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증상에 따라 1~4기로 병기를 나눌 수 있다"며 "나팔관 한 쪽에만 자궁내막이 달라 붙은 경우에는 1기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여러 부위에 달라붙어 염증이 발생한 4기의 경우 수술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장과 달라붙어 성교통이 심하고 생리중이나 배변시에도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4기로 볼 수 있다. 자궁 근육에 자궁내막이 촘촘하게 박힌 경우에도 수술이 어려운 케이스에 속한다. 이 때는 자궁을 절제할 수도 있다.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장막하, 점막하, 근층내 근종으로 나뉜다. 근종이 배꼽에 가까우면 비교적 수술이 쉽다.

이 교수는 "자궁근종의 경우 같은 크기라도 혈관이 지나는 아랫부분에 위치해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있거나 갯수가 몇 개인지에 따라 수술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며 "또 같은 위치에 있더라도 어느 정도 크기인지도 중요하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성 자궁질환의 수술 방법은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다빈치 로봇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수술법은 환자 상태에 맞게 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시행되면서 배꼽의 작은 구멍 하나로 수술하는 단일공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 수술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수술 시 생기는 상처의 회복도 빠르다.

특히 최근 도입된 다빈치 로봇의 새로운 버전인 SP를 사용할 경우 집도의 혼자 수술도 가능해졌다. 기존 Xi의 경우 한 구멍으로 수술하지만 보조의가 하나의 집게로 수술 부위를 잡아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SP는 고정 집게를 발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또 로봇 팔의 관절 운동의 범위도 넓어진 게 특징이다. 하지만 비급여이므로 수술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자궁 내막암 수술은 대부분 개복을 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을 이용하면 개복을 하지 않고도 수술 진행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서구화되면서 체지방,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비만한 젊은 여성에게 내막암 발생이 많아졌다"며 "더 이상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경우 자궁 적출술을 하지만 임신을 원하는 경우 로봇을 이용하면 자궁을 보존한 상태로 암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초경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자궁질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초경을 시작했을 때 생리통이 심하다면 어떤 원인에 의해 통증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이 교수는 "생리통의 원인이 자궁내막 등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진을 통해 알아보는 게 좋다"며 "단순히 자궁 수축이 원인인 경우 약물만 복용해도 되지만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치료를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2016년 국내 최초로 다빈치 Xi 단일공 로봇수술을 이용해 부인과 수술을 성공했으며 약 500건 이상의 단일공 로봇수술과 약 2000건의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박광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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