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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퇴직 반복하며 구직급여… 구멍난 제도·줄줄새는 혈세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1 17:42

수정 2019.08.22 09:42

국회예산정책처 고용안전망 분석
구직급여 수급자 재취업률, 10년만에 37%서 28%로 급락
일자리 찾도록 장려한다는 취지와 어긋나 제도보완 필요
입사·퇴직 반복하며 구직급여… 구멍난 제도·줄줄새는 혈세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 퇴직을 반복하며 구직급여를 반복수급하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반복적 구직급여 수급을 막을 수 없지만 부정수급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제2의 일상 급여처럼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고용안전망 확충 사업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3년간 구직급여를 2회 수급한 대상 가운데 12.3%는 같은 사업장에서 근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A 사업장에 근로한 뒤 구직급여를 수급하고 또다시 A 사업장에서 근로한 뒤 다시 구직급여를 받은 것이다. 이 비중은 지난 2014년 11.5%, 2015년 12%, 2016년 12.5%, 2017년 13%로 꾸준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효진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같은 사업장에 근로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실업과 고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들이 실직한 과정이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직급여 수급 이후에 같은 사업장에 근로할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자가 있는지 확인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정수급인지 아닌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의미다.

구직급여는 한 직장에서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해야 하며 비자발적으로 해고된 경우에만 수급자격이 발생한다. 정부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와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정책목표와 달리 악용되는 사례도 잦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지원일자리사업 65개의 부정수급액 중 61%가 구직급여(100억원)에 집중됐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구직급여 활용자'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다 보니 제도 자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직급여는 소득이 낮은 근로자의 임금을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의 평균 임금대체율은 58.8%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2년 49.5%에 비해 9.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구직급여 하한액 적용자의 경우 79.9%까지 올라간다.

근로 시에 내야 하는 사회보험료와 소득세를 감안하면 임금대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예컨대 지난해 월 157만3770원을 받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직전 임금 대비 구직급여 대체율은 107.4%다. 재취업에 적극 나서 근로하는 것보다 구직급여를 받는 게 더 이득인 셈이다.

이는 구직급여 수급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지난 2009년 37.4%에서 2018년 28.9%로 떨어졌다. 2013년 이후부터는 34.7%, 33.9%(2014년), 31.9%(2015년), 31.1%(2016년), 29.9%(2017년)로 곤두박질쳤다.

김 교수는 "구직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므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알맞은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배율은 0.7배로 법정적립배율(1.5~2배)에 미달했다.

실업급여요율을 1.1%에서 1.3%로 인상한 2013년 7월 이후로 적립배율 감소는 처음이다.


정부는 현재 실업급여보험료율을 또다시 1.3%에서 1.6%로 0.3%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동일 사업장에 근로해 반복수급하는 근로자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측은 "계약기간 만료나 기간제로 채용돼서 같은 곳에서 재차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급자격을 갖추면 같은 사업장이라도 반복적으로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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