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사회초년생 은지의 이야기, 처음 읽으면서 눈물 흘렸어요" 연극 게스트하우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4 15:59

수정 2019.08.24 15:59

대학로서 초연되는 힐링 연극 '게스트하우스'
[캐릭터 인터뷰②]  취업준비생 은지役, 배우 김수연
"'아직 시작도 못 해본 것 같은데 다 포기하고 결혼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고민 공감돼"
"처음 봤는데도 몇 번 본 사람 같은 은지, 미워할 수 없어"
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대학 졸업하고 이제 막 꿈을 펼쳐 나가려는데 남자친구가 대뜸 프러포즈를 한다면? 말 그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오는 9월19일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게스트하우스'의 은지는 제주도에서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게스트하우스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곤 술에 취해 다른 손님들의 속사정을 물으며 자신의 꿈과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은지를 연기하게 된 배우 김수연(사진)은 은지를 생각할 때면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초년생은 모두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정도 지났지만, 작품이 들어가지 않을 땐 휴식기도 길고 돈도 없고 답답한 상황들이 계속되곤 해요."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아직까지 여자의 희생이 강조되곤 한다. '꿈이냐, 결혼이냐'는 질문은 결코 이분법적으로 답할 수 없지만, 그렇게 고민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극에서도 은지는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부모님이 취업을 하기 보단 살림을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꿈과 결혼에 대해 고민한다.

김수연은 "은지처럼,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프러포즈를 받았다면? 내 사람이 결혼하자고 한다면? 똑같은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아직 시작도 못해본 것 같은데 다 포기하고 결혼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은지에게 공감을 했죠"라고 말한다.

작품을 쓰는 단계부터 참여한 김수연은 리딩을 도우며 진민범 연출을 도왔다. 그녀는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해본 제가 한심하고 용기도 없는 것 같아요'라는 대사 때문이다. 김수연은 "(은지의 대사가) 너무 제 얘기인거에요. 보는 분들도 사회에 처음 한 발을 내딛을 때 본인의 상황에 공감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극중 은지는 어떤 캐릭터일까. 김수연은 '참 친근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뭐지?'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보면 볼수록 원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은 친근함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낯가림을 하는데, 은지는 처음 봐도 몇 번 본 사람 같은 느낌을 줘요. 이 부분도 저랑 비슷해요. 저도 솔직하고 잘 모르는 사람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곤 하는데 은지도 그렇더라고요."

친구라면? 김수연은 "민폐 캐릭터긴 하죠, 피곤할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프러포즈를 받고 고민하는) 급박한 상황에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말도 안 되게 뻔뻔한 요구를 하는 장면도 있어요. 내 친구라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미워할 순 없네요."

은지는 극 대부분에서 취해 있다. 취객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김수연은 "저는 취해서 주사를 부려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처음엔 제가 취했을 때를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다른 캐릭터와 겹치더라고요. 어느 날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정신을 놓고 마음껏 연기했는데, 제대로 찾은 것 같아요. 특히 술에 취한 상태로 긴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어서 고민됐는데, 실제로 취하면 진지한 얘기하면서 말을 많이 하니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연기가 나오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공연을 앞둔 연극 '게스트하우스'를 배우 김수연은 어떻게 볼까.

"텍스트만 봤을 땐 '재밌다'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두 번, 세 번 읽고 연습을 하면서 '작가가 많은 걸 담고 싶어 하는구나'가 보였어요. 그게 잘 드러나기도 하구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재미까지 줘서 참 좋아요. 단순히 억지로 웃기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를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도록 만들거든요."

그는 이어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동안 웃길 때 망가지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상황이나 호흡을 통해서 웃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처음 배운다는 생각으로 내려놓고 연습하고 있죠"라고 전했다.

그녀는 배우지만 에어로빅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수연은 "배우라는 직업을 하려면 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술도 자주 마셔서… (웃음) 무대에서 봤을 때 딱 잡혀있는 몸이 보기 좋아요.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구요. 매일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득이 되는 일 같아요"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대뜸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김수연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공연이 끝나면 한 달 정도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쉬고 싶습니다"라며 "지금까지 준비한 만큼 공연 때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얗게 불태울게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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