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밖에선 삼성 흔들고, 안에선 이재용 손발 묶고

日 무역보복 등 악재 속 대법 2심 파기환송 결정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결국은 쟁점사항이었던 말 구입비 34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2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송금한 말 구입액에 대가성이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뇌물로 인정했다. 아울러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돈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삼성 입장에선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지난한 재판 과정을 다시 한번 거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지금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된 직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현장을 직접 점검해왔다. 재판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26일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마당에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의 부재는 자칫 그룹 전체를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또다시 불확실성의 수렁 속에 빠진 삼성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결국은 정치가 또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놓는 사람도 많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수출·투자 감소, 고용부진 등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또다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총수가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흔들리지 말고 정교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올해 초 발표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계획과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등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삼성을 겨냥한 일본의 핀셋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싫든 좋든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이다. 삼성이 중심을 잃으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답게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넘기는 저력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