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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카운터파트 연이은 '설전'...실무협상 어디로 가나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4:51

수정 2019.09.01 14:51

폼페이오"'가장 강력한 제재" "불행행동" 발언에
리용호 "외교독초" 최선희 "인내심 시험 말라" 
유엔총회도 불참.."美와 접촉 피하려" 해석도
[파이낸셜뉴스] 실무협상을 앞둔 북미관계가 심상찮다. 외교라인 카운터파트는 서로를 자극하는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불참설까지 나왔다.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북미실무협상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최선희 "폼페이오, 북미대화 어렵게 만들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8월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미 실무협상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좌시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지목했다. 비핵화 협상 지연·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퇴역군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NHK 캡처) © News1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NHK 캡처) © News1
실제로 최선희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불량행동'이라는 단어로 북한을 심히 모독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돼 있는 조미실무협상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했다"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의 인내심을 더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 것은 지난 23일 리용호 외무상이 직접 "폼페이오는 갈데 올데 없는 미국외교의 독초"라는 비난성 담화를 내놓은지 8일만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북미실무협상 대표로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 파트다.

당시 리용호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임을 확인할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했다. 그는 "케케묵은 제재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폼페이오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돼 있고 조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비꼬았다.

■미 국무부 "답변 오는 대로 협상 준비"
북한 외무성의 강경발언에도 미국은 북한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반응이다.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미 국무부는 "우리가 밝혀온 대로 우리는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방한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과 같다.

양측이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의 배경은 실무협상을 앞둔 기싸움이라는 해석이 많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이 지난달 20일 끝났고, 내부 행사인 최고인민회의도 지난달 29일 종료됐다. 실무협상에 돌입하기 위한 대내외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통일부 역시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9월에 북미실무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다만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표출된 카운터파트간의 이같은 불협화음은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달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설까지 제기됐다. 일본 교통통신은 리용호 외무상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8월 31일 보도했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도 불참했다.
교도통신은 유엔총회 불참에 대해 "미국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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