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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미룰수 없는 숙제 '귀속재산 국유화'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6:45

수정 2019.09.01 18:52

[차관칼럼]미룰수 없는 숙제 '귀속재산 국유화'
광복 74주년이 됐지만 일본인 명의의 재산이 아직까지 1만4000여건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닉이 의심되는 재산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귀속재산이란 일제강점기에 일본 기관, 일본 법인, 일본인이 한국에서 소유했던 재산으로 아직도 일본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을 말한다. 당연히 광복 후 우리 정부가 모두 양도받아야 했지만 미처 국유화 조치를 하지 못해 아직까지 남아 있게 됐다.

정부는 2012년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해 왔던 귀속재산 환수업무를 국유재산 실태조사에 전문성이 강한 조달청으로 이관했다. 조달청은 이때부터 귀속재산 국유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지난해 말까지 총 2만7000여건을 조사해 약 3400건을 국가재산으로 되돌려놓았다.
2.2㎢ 면적으로 여의도의 약 75% 넓이다. 2015년부터는 과거 세 차례에 걸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악용해 귀속재산을 불법 사유화한 은닉재산 122건을 소송을 통해 환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1만4000여건의 일본인 명의의 재산이 남아 있는 걸까. 여기에는 귀속재산의 특수성에 기인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정부수립 초기에 매각 관련 기록관리가 부실했고, 전쟁으로 많은 증빙자료가 소실된 점이다. 등기, 제적등본, 지적공부 등의 증빙자료의 관할기관이 법원·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업무처리에 어려움이 많았고, 부동산 처리절차도 복잡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관할기관이 재무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런 장애요인들을 극복하면서 정리하려는 정부의 일관된 노력과 의지도 부족했다.

그러나 귀속재산의 국유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숙제다. 정부는 조달청·법원·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귀속재산환수 관계기관협의체'를 구성해 실태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등 귀속재산의 국유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조달청은 아직도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귀속재산 1만4000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달청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통상 5년이 소요되는 작업을 1년 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실태조사에 필요한 등기, 제적등본, 지적공부 등의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법원과 지자체 등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업도 가동된다.

둘째, 법을 악용해 귀속재산을 사취한 은닉재산은 끝까지 추적해 바로잡을 계획이다. 일본인 명의 귀속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개인이 광복 후 특별법 등을 악용, 부당하게 사유화한 은닉재산이 확인됐다. 은닉이 의심되는 205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소송을 통해 반드시 환수할 계획이다. 셋째, 정상적으로 정부가 매각한 한국인 소유의 일본인 명의 재산은 명의를 변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건물의 실체가 없지만 소유자가 조선총독부 또는 일본인 이름으로 남아 있는 사례도 있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부존재확인 등을 거쳐 직권으로 말소하도록 하는 일도 포함된다.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아직까지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귀속재산의 제 자리를 찾는 일,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조속히 마무리해 후세대에게 당당히 물려줘야 할 때다.

정무경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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