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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하원, 존슨의 ‘노딜 질주’ 막았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5 18:06

수정 2019.09.05 18:06

브렉시트 방지법안 여유있게 통과
존슨 "EU에 항복법안" 비난
'조기총선' 반격도 곧바로 좌절
노딜 우려 완화… 파운드 상승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하원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뉴스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하원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뉴스1
영국 의회가 협정없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사실상 차단하는 법안을 4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는 EU에 대한 '항복법안'이라고 반발하며 10월 15일 조기총선을 치르겠다고 반격했지만 이 또한 곧바로 좌절됐다. 존슨 총리의 거침없는 노딜 질주가 3일에 이어 4일에도 다시 좌절되자 파운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BBC,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영 하원은 예상대로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LDP) 등 야당과 보수당 반란표가 더해지며 노딜 브렉시트를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아니면 죽음'이라고 공언한지 2개월만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브렉시트 방지 법안은 찬성 327표대 반대 299표로 여유있게 통과됐다. 법안 통과 뒤 존슨은 이 법안으로 영국은 '다리를 떼내고' EU와 협상에 나서게 됐다면서 이는 '항복법안'이라고 비난했다.

노딜 방지법안은 우선 10월 19일까지 총리가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아니면 의회에서 노딜을 승인 받도록 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안도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이 날짜를 넘기면 총리는 내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마감시한을 늦추도록 EU에 요구해야 한다. 법안은 또 이례적으로 마감시한 연장을 EU에 요구하는 서한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다. EU가 내년 1월 31일이 아닌 다른 마감시한을 제시하면 총리는 이틀 안에 EU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EU 제안 거부권은 정부가 아닌 의회에 있으며 이틀 동안 의회가 논의를 거쳐 EU가 역제안하는 마감시한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법안은 앞으로 수일 동안 수정안을 통해 완전히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존슨은 이날 법안이 자신을 EU에 '항복'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라면서 이는 수용할 수 없으며 이제 남은 유일한 방안은 의회를 해산하고 "10월 15일 총선을 치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존슨의 조기총선 위협은 곧바로 좌절됐다. 하원은 존슨의 조기총선 제안을 논의했지만 이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298명에 그쳐 부결됐다. 노딜 방지법에 찬성한 3개 야당 모두가 표결 전에 이미 당론으로 거부 방침을 확정한 상태여서 애초부터 승산이 없었다. 2011년 이전에는 총리가 독단으로 조기총선을 치를 수 있었지만 이후 법개정으로 조기총선을 치르려면 하원 650명 의원 3분의2의 동의가 필요하다. 434표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존슨은 298표만 끌어모으는데 성공해 이날 이중의 패배를 맛봤다.


전날 의회가 의사주도권을 내각에서 의회로 빼앗아 오면서 노딜 우려 완화로 상승세를 탄 파운드는 이날 노딜 방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노딜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이 파운드에 몰렸고 덕분에 이날 파운드 가치는 미국 달러에 대해 1.17% 상승한 파운드당 1.2219달러로 뛰었다.
그러나 파운드는 브렉시트 혼란에 따른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해 올들어 달러에 대해 여전히 4.2% 하락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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