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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다시 왕좌에…저금리-마이너스 국채에 수요 급증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6 16:51

수정 2019.09.06 16:51

[파이낸셜뉴스]

금, 다시 왕좌에…저금리-마이너스 국채에 수요 급증

금·은을 비롯해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가격이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심화로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져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세계 경기둔화세 속에 초저금리와 이에 따른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가 속출하면서 가치가 보장되는 귀금속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 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은과 백금, 팔라듐 등 역시 모두 값이 크게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중앙은행부터 개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거의 모든 이들이 금에 몰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로 금은 6년만에 최고치로 값이 올랐고, 은과 백금도 3·4분기 들어 값이 뛰면서 그 어떤 다른 자산들보다도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유차 배출가스에서 독소를 걸러주는 소재로 많이 쓰이는 백금은 경유차 배출가스 스캔들 이후 맥을 못췄지만 금 상승세 훈풍 속에 마침내 3·4분기 들어 급등세를 타고 있다.
팔라듐 가격도 올들어 30% 가까이 급등해 주식 등과 비교조차 힘들 정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흐름과 정반대다.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 속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이에따라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채권 수익률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금 등은 거들떠도 안봤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과 달리 미중 무역전쟁은 심화를 거듭하고 있고, 이에따라 세계 경제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둔화세가 미국으로까지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거의 모든 주요국 경기전망은 취약해졌고,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방향도 금리인상은 커녕 금리인하로 급선회 함에 따라 안정적인 가치가 보장되는 귀금속 수요가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카고 RJO선물의 선임 상품브로커 밥 헤이버콘은 "자금이 급격히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고, 금속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주변으로 물러났던 중개인들이 돌아오고 있고 신규 계좌를 통한 매수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요즘 금 수요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무역전쟁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된다는 발표로 5일 금·은·백금이 각각 2% 넘게 급락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 등에 수요가 몰리는 또 다른 배경은 통화, 채권, 주식 등과 달리 귀금속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 등을 안전자산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은 유럽과 일본의 일부 국채 수익률이 일찌감치 마이너스로 떨어진데 이어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미 국채 수익률도 계속 낮아지고 있어 매력을 잃고 있다.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최저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규모는 15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경기둔화 우려가 깊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 집행이사회에서 이미 마이너스 상태인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연준도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면서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보다는 수익률 제로인 금이 더 매력적인 투자수단일 수밖에 없다.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인 바트 멜렉은 "금은 (비록) 제로 수익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이너스보다는 여전히 훨씬 더 낫다"고 지적했다.

금 상승세는 미중 무역협상 불안감, 세계 경기둔화, 미 경제 둔화 등 온갖 악재 속에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시장 수급 면에서도 추가 상승동력을 갖추고 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투자자들의 금 상승 베팅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금 등 귀금속 선물을 거래하기 힘든 개미 투자자들은 금광 등 광산업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NYSE 아카 금광지수는 올들어 40% 가까이 뛰었고, 이보다 소규모 업체들의 주가는 더 올라 로열골드가 57%, 퍼스트 머제스틱 실버코프 주가는 69% 폭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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