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정사회 갈망 찢어놓았다" … "국민 갈등 거세질까 우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9 17:36

수정 2019.09.09 17:36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각계 반응
"대통령, 정치적 리스크 감당해야"
대학가, ‘탄핵’ 언급하며 사퇴요구
"검찰개혁 적임자 증명하길" 응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에 대한 임명을 재가한 9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 놓인 TV를 통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위법행위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조 장관 임명 이유를 밝혔다. 사진=김범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에 대한 임명을 재가한 9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 놓인 TV를 통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위법행위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조 장관 임명 이유를 밝혔다. 사진=김범석 기자
딸의 논문 문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9일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는 우려와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대 총학 "지금당장 사퇴하라"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준비 과정에서 조국 장관이 임명되자 구호를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라고 정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조 장관의 임명 소식을 듣고 대표 구호를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의 임명 소식에 대학가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김모씨(29)는 "병리학회에서 딸의 의학 논문을 직권 취소할 때 자진사퇴를 할 줄 알았다"며 "이미 사실로 드러난 흠결이 많은데도 왜 임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3차례 집회가 열린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고파스)에서는 '탄핵'이 언급되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대통령이 적폐의 편을 들면서 본인이 적폐의 온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탄핵을 주장했다. 이에 다른 사용자는 "부패한 사람밖에 못하는 검찰개혁이라면 안하는 게 낫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임명으로 시민사회의 불만도 속출했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로 절차상 진행해 내용적으로 후보자 검증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다른 장관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에 결사적으로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조 후보를 임명하는 걸 보니 국민의 입장으로서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조 후보에 제기된 자녀의 논문 이나 펀드 관련 논란 보다도 후보가 내세운 사법제도 개혁이 사회주의적 개혁이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특권과 반칙이 공정과 정의를 유린한 사회적 참사이자, 공정한 사회를 갈망하는 우리 청년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잔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 단체도 조 장관의 임명으로 사회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일 조 장관의 자진 사퇴 촉구 성명을 발표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임명이 강행돼 유감"이라며 "앞으로 국민 분열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조 장관이 임명된 만큼 앞으로 임명 배경에 대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본인이 제대로된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힘들게 장관에 임명된 만큼 최선을 다해 달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나왔다. 회사원 김모씨(41)는 "실망도 많이 했지만 어렵게 장관에 임명됐으니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모씨(44)는 "본인에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소신 있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법조인들 상당수는 조 후보자의 '내로남불'식 태도가 과연 검찰개혁을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조 후보자의 임명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깝다"며 "기회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와 절차를 상징하고 주장했던 조국 교수가 막상 자기의 신상과 가족에 대해 정 반대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혐의가 가득한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에서 하는 사법개혁이 과연 다수의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족에 대한 각종 혐의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며 우여곡절 끝에 장관이 된만큼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배우자나 딸 등 가족들이 얽혀있는 각종 혐의는 사실관계를 밝히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다양한 의혹 공세 속에서 조 교수가 이를 타개하는 모습은 나름 진솔함이 있었다고 본다"며 "문제도 있지만 기자회견과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이 진심이라면 법무부 장관으로서 일도 맡은바까지 잘해내야 한다고 본다"는 뜻을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문희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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