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안맞고 성과도 못내..향후 안보전략 부드러워질 듯

美 강경우파 '볼턴' 퇴장
내주 새 보좌관… 후임은 불분명

미국 정통 우익 강경파로 유명했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트럼프 정부의 향후 안보 전략이 보다 부드러워질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볼턴 보좌관의 원칙적인 강경론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념보다 실리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의 입맛에도 맞지 않았다며 새 보좌관에는 보다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한 인물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다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더 이상 그의 업무 수행이 필요없다고 알렸다. 나는 그가 내놓았던 많은 제안들에 강력히 반대했으며 다른 각료들도 그러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나는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고 오늘 아침에 받았다. 나는 볼턴이 해왔던 업무에 매우 감사하며 다음주에 새 NSC 보좌관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매우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볼턴 보좌관은 10일 오후 1시 30분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공동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날 오전 11시 58분에 트위터로 경질 사실을 통보하자 바로 백악관을 떠났다. 볼턴은 대통령의 트윗 이후 12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다 "나는 지난밤에 사임하겠다고 말했고 대통령은 '아침에 이야기 하자'고 했다"고 적었다. 볼턴은 이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자신이 사임했으며 경질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밤에 대통령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사직서를 내겠다고 했고 아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유엔 주재 미 대사를 지냈던 그는 1980년대 이후 현지 우파의 이념이었던 '미국이 주도하는 힘의 질서'를 신봉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화신 같은 인물이다. 볼턴은 2018년 4월 9일에 트럼프 정부의 3번째 NSC 보좌관으로 취임한 뒤 줄곧 북한 및 이란의 정권 교체,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축출 같은 정책을 밀어붙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 행동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었다.

미 ABC 방송은 볼턴의 퇴장으로 인해 국제적인 갈등 위험이 다소 내려간다고 내다봤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정치 상황에 직결된 유가는 볼턴의 퇴임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하락했다. 캐나다 투자은행인 RBC캐피탈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국제 상품전략 대표는 10일 투자자 보고서에다 "이번 경질이 이란을 둘러싼 긴장을 낮추는 촉매가 될 수 도 있다"며 이란의 일평균 석유생산량이 70만배럴 가까이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전략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누가 볼턴의 뒤를 이을 지는 불분명하다. NYT는 잠재 후보들을 나열하며 일단 보좌관 대행을 맡게 된 찰스 쿠퍼만 NSC 부보좌관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 문제와 관련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내 국방장관 자리를 대행에게 맡기기도 했다. 쿠퍼만은 일단 볼턴계 인물이기는 하나 볼턴처럼 이상주의자라기보다는 객관적인 관료에 가깝다.
또 다른 유력 후보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북한 특별대표다. 그는 정권 실세로 떠오른 폼페이오 장관 계열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NYT는 그 외에도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 정치 평론가로 유명한 더글라스 맥그리거 전 육군 대령,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 등을 잠재 후보로 꼽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