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유럽 ‘규제 올가미’에 美 자동차 ‘멸종 위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5 17:49

수정 2019.09.15 17:4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부스 없어
유일하게 참가한 포드는 자리만
엄격한 노동법·전기車 강제전환
경기 둔화에 브렉시트 혼란까지
美 업체도 ‘유럽 발빼기’ 수년째
썰렁한 포드 부스/미국 포드사의 신차 퓨마 에코부스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지난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9 독일 국제 모터쇼'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신화 뉴시스
썰렁한 포드 부스/미국 포드사의 신차 퓨마 에코부스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지난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9 독일 국제 모터쇼'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신화 뉴시스
유럽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멸종상태에 이르렀다고 CNN비즈니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지어 이탈리아 피아트에 흡수된 피아트크라이슬러조차 유럽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주목 못끈 美자동차

주요 모터쇼 가운데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아예 부스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참가한 포드는 그저 자리만 지키는 수준이었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포드의 부스는 조용했고, 기자회견도 없었으며 어떤 주목도 끌지 못했다.
한때 미 업체들에 세계시장 석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장이었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이제는 '이윤 잡아먹는 귀신'이 됐고, 가능한 피해야 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핵심 시장이었던 유럽 시장이 미 업체들의 무덤이 된데는 여러 원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규제가 꼽힌다. 미국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로운 규제환경이 미 자동차 업체들을 옥죄고 있다. 배출가스 규제부터 빠듯한 전기차 강제전환 시기에 이르기까지 강한 규제가 미 업체들을 몰아내고 있다.

엄격한 노동법과 강력한 노동조합도 걸림돌이다. 공장폐쇄가 손쉬운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폐쇄 전제조건들도 많고, 노조와 합의도 쉽지 않다. 이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과잉설비를 부추기고,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을 압박하면서 공장 폐쇄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부른다.

유럽 경제 둔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유럽 성장엔진이자 최대 경제국 독일이 경기침체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이미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로 정의된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까지 겹쳐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협정이 없어도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강행 의지를 일부 굽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노딜 브렉시트 열차는 멈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 자동차 공급망에는 전대미문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협정을 맺더라도 노딜에 비해 강도는 약하겠지만 충격은 불가피하다.

■생산성 하락은 불보 듯

글로벌 자동차 리서치업체 LMC 오토모티브의 제프 쇼스터 사장은 "이 모든 것들이 유럽 시장을 매우 어려운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 자동차 업체들의 태도변화 역시 탈유럽을 부추기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쇼스터 사장은 "과거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누구에게나, 모든 곳에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이제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미 업체들의 유럽 발빼기는 수년간 지속돼 왔다. GM은 2년 전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모기업인 PSA에 오펠과 복스홀을 팔아치우며 사실상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에서 17년 동안 224억달러 손실을 기록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앞서 GM은 유럽시장에서 셰브롤례 브랜드도 철수한 바 있다.

■美 합작사도 고전

포드는 철수를 진행 중이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 5개 공장 폐쇄에 들어갔고, 슬로바키아의 6번째 공장은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시장 점유율이 한자리수에서도 바닥을 긴다. 수익성은 더 좋지 않아 유럽 매출이 미 매출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순익은 절반에도 훨씬 못미친다.
한편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프랑스 르노와 합병을 통해 유럽시장 부진을 털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합병안이 퇴짜를 맞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CNN비즈니스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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