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변화하는 기업의 목적과 주주 자본주의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열심히 배워온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와 주주 중시 경영 등 선진 경영기법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선진경영의 전범인 GE가 흔들리면서 그 표상이었던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미국 대표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비영리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181명의 서명으로 '기업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기업이 봉사해야 할 대상을 과거 주주에 국한했던 것을 경제적 이해당사자로 확대했다. BRT는 1972년 '미국 경제의 번영을 촉진하고 모든 미국 시민들을 위한 기회를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포럼 형식의 단체다. 1997년 BRT는 '경영과 이사진의 주요한 책무 대상은 주주'라는 공식 문구를 분명히 함으로써 '주주가치 제고'를 기업 목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년 넘게 흐른 지금, '모든 미국 시민을 위한 경제'를 기업 목적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이윤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눈앞의 이익만으로 기업을 꾸려가기에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경영자와 주주 모두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에 매진하는 경향이 있고 그 대가로 거액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의 탐욕은 불평등 사회의 상징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장기안목의 투자보다는 주가와 배당에만 매달리는 펀드 자본주의는 미국 제조업 쇠퇴의 중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교과서처럼 받아들이고 실천해온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는 황제경영으로 비판받아온 오너기업인의 독주나 무능을 견제하고 성과 중심의 합리성을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순기능과 함께 부작용도 그만큼 큰 것 같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대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의 명분으로 주식을 산 지 1년도 안되어 엄청난 배당을 요구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강요하는 등 미국식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 급여와 복지, 장기성장을 위한 투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배당과 주가를 위해 공격하는 단기 투자자들의 행태가 과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비단 제조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독립정신 기반 위에 생명보험업을 일으킨 교보생명 등 미래가치가 큰 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

과연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성찰해 보았을 때 창업자와 투자자의 것만으로 보기에 기업은 매우 복잡한 존재로 진화해 있다. 장기적으로 주주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근로자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어야 하며 이들이 공정보상과 복지혜택은 물론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
협력업체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좋은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시민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균형 잡힌 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 시대 사명이 된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