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무인기·무인함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7:35

수정 2019.09.16 17:35

14일 새벽에 뜬 무인기(드론) 10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이스 유전과 아브카이크 석유단지를 초토화했다. 이른바 '드론전쟁'의 서막이 열린 인상이다. 전투기나 미사일에 비해 훨씬 저렴한 무인기가 위력을 보여주면서다. 얼마 전 이란이 미국 무인기를 격추하자 다수 군사전문가들이 이를 우려했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군수산업 부문으로 밀려들고 있다. 비단 드론만이 아니다.
적국에 대한 정탐, 경계 그리고 전투 등 군사 전 분야에 걸쳐 전파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 해군이 인수한 잠수함 추적 무인함 '시 헌터'(Sea Hunter)가 단적인 사례다. '시 헌터'는 적 해안에서 기뢰 탐지와 제거 기능도 수행한다. 그럼에도 무인함이기 때문에 가성비도 높다. 건조비용도 저렴하고, 운용비용은 하루 최소 1만5000달러(163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2024년까지 길이 68~100m, 배수량 2000t급으로 초계함 크기인 대형 무인수상함(USV) 10척을 건조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미국 해군의 전력이 항공모함 전단 중심에서 무인수중함(UUV)을 포함한 무인함으로 다변화하는 셈이다. 이는 중국군의 첨단화에 대응하는 성격을 띤다. 중국은 '항모킬러'로 불리는 사거리 최대 3000㎞인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DF)-21D'를 개발했다.

일찍이 미국 해군 제독 출신 전략가인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은 강력한 해군을 포함한 해양력이 세계사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1889년 출간한 명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서다. 머핸이 제안한 해외 해군기지와 파나마 운하 건설 등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런 맥락에서 무인함의 등장은 미국 해군사에서 '4차 함정혁명'으로 볼 수 있다. 1900년 잠수함, 1922년 항모 그리고 1954년 핵추진 잠수함 출현에 이은 대변화라서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드론이나 무인함으로 번지며 세계사의 물꼬를 바꾼다면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