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혁신의 기댓값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8:00

수정 2019.09.16 18:00

[기자수첩] 혁신의 기댓값
눈을 휘둥그레 뜨게 만드는 것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지난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 대한 관전평이다. 드넓은 전시장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부분 이전에 공개한 제품과 기술들이 자리를 채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폴더블폰과 롤러블 TV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찬사가 나오진 않았다. 이들 제품이 베일을 벗은 게 처음은 아니라서 놀라움이 반감됐다.

비단 올해 IFA만이 혁신이라는 항목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정보기술(IT)과 가전업계는 끝없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그러나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는 최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혁신은 정말 없는 것일까.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어떤 자극에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값을 의미한다. 이 말에 빗대보면 혁신의 역치가 너무 높아진 탓은 아닐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치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감각이 너무 무뎌졌다.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최근 기술의 진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 탓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올해 IFA에서의 소소한 재미는 익숙한 공간에서 찾았다. 실제 거실이나 주방처럼 꾸민 부스에서 제품들을 체험했다. 가전전시장이 아닌 최신 제품을 들여놓은 이케아 매장 같았다. 우리 집에선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를 느꼈다. 업체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한 설명은 가전제품들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혁신은 없을지 몰라도 불편함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보여주는 발표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다.
이제 기업들은 실제 생활에서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상에 녹아들어서 사람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는 못해도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작은 변화를 실행에 옮기다 보면 혁신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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